美 SVB사태 우려에도…野 반대 부닥친 금융안정계정 도입

경계영 기자I 2023.03.28 16:33:58

국회 정무위, 소위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보류
예보기금 내 계정 추가해 리스크 선제 대응 취지
"시장에 안정 신호" vs "예보제도도 논의해야"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를 계기로 주목 받던 금융안정계정 법제화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금융회사를 예금보험공사(예보)가 선제적으로 지원하자는 내용인데 더불어민주당 측이 신중론을 내세우면서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28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처리를 보류하기로 했다. 개정안은 지난해 말 정부 발의와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 대표 발의로 상정돼 이날 처음 논의됐다.

지난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위에서 논의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은 예보가 은행, 증권사, 보험사, 상호저축은행 등 부보금융회사가 납부하는 예금보험료 등으로 예금보험기금 내 금융안정계정을 설치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예금보험기금엔 △은행 10조9422억원 △손해보험 1조6885억원 △생명보험 5조4663억원 △금융투자회사 4094억원 △종합금융회사 359억원 등이 각 계정별로 적립돼 있다. 여기에 금융안정계정을 추가하겠다는 계획이다. 저축은행 계정의 경우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로 마이너스(-)다.

금융안정계정의 기금은 정상 금융사지만 일시적으로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어 예금 등을 지급할 수 없을 때 예금자 등에게 보험금을 대신 지급하거나 부실금융사 정리를 지원하는 데 쓸 수 있도록 한다. 금융위기 당시 설치된 금융안정기금이나 코로나19 사태로 도입된 금융안정특별대출을 상시화하는 성격이 강하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미국이 긴축 통화정책의 속도를 높이는 등 복합 경제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자 정부가 도입을 추진했다.

이미 주요국은 금융위기 이후 시스템 리스크를 예방하고 공적자금 투입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선제적 지원 체계를 구축했다. 미국은 부실자산구제계획(TARP), 한시적 유동성 보장 프로그램(TLGP) 등 사전적 지원 제도를 도입했고 일본도 2014년 위기대응계정을 확대 개편해 정상 금융사에 대한 채무보증·대출·출자 등 지원 기능을 추가했다. 유럽연합(EU) 역시 은행 정상화·정리지침(BRRD)을 제정해 정상 금융사에 대한 예방적 공적 지원 제도를 만들었다.

소위에서 김희곤 의원은 “사고가 터진 후 막대한 공적 자금을 투입해 막기보다 사고가 터지기 전 이상징후가 발견됐을 때 사전적으로 예방·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확보하자는 취지”라며 “금융안정계정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시장에 안정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법안 처리를 반대한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금융안정계정 도입만이 아니라 예금자보호 한도와 예금보험료율 등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며 “예금자보호제도는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을 방지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여서 급하게 하기보다 예금자보험료율을 조정할지, 마이너스가 된 저축은행계정을 어떻게 메울지 등 다 논의가 필요하다”고 신중론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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