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안팎에서는 지난해 창립 후 최대 실적을 달성한데다 해상노조 파업을 극적으로 막으면서 전문경영인으로서의 능력을 보여준 배 사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정부가 2018년 수립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이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HMM의 구심점 역할이 더욱 커졌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배 사장의 재신임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배 사장은 2019년 3월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 구성된 ‘현대상선 경영진추천위원회’에서 대표이사로 추천된 바 있다. LG전자 MC 해외마케팅 담당 부사장과 물류회사인 판토스 대표(최고운영책임자, COO)를 역임한 배 사장은 당시 해운업과 관련된 경험이 없었지만 영업 협상력·글로벌 경영역량·조직 관리 능력 등을 두루 갖춘 물류전문가로 평가받았다. 이에 따라 이동걸 산은 회장은 현대상선 내부 출신 대신 외부 출신인 배 사장을 전격 투입키로 결정했다.
이 회장의 용병술은 적중했다. 배 사장 취임 후 HMM이 확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운항비 절감과 수익성 위주 영업 등으로 작년 1분기에 영업손실을 대폭 줄인데 이어 코로나19에 따른 물동량 증가로 하반기 컨테이너 운임 지수가 폭등하면서 창립후 최대 실적인 9808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2011년 이후 약 9년간 영업적자 늪에 빠졌던 것에 견줘보면 환골탈태한 셈이다.
호실적에 힘 입어 재무구조 개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17년 3월 이후 처음으로 작년 12월 2400억원 규모의 CB(전환사채, 5년 만기)를 발행한 것도 괄목할 만한 성과다. 실제 청약에는 10조원에 달하는 뭉칫돈이 몰리면서 HMM의 달라진 위상을 확인하기도 했다. 조달된 자금은 차입금 상환에 투입함으로써 작년 말 부채비율은 전년대비 101.6%포인트 낮아진 455.1%로 개선됐다. 주가 역시 영업이익 증가와 재무구조 개선 등에 힘입어 가파른 상승세다. 작년 3월 주당 2190원까지 추락했던 HMM 주가는 이달 들어 2만원을 넘었다.
배 사장은 노조와의 관계도 원활히 재정립했다는 평가다. 작년말 파업 직전까지 갔던 해상노조와의 임금협상에서 전면에 나선 배 사장은 9시간 30분간 마라톤 협상 끝에 대승적 합의를 이끌어 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 사장의 연임 여부는 주채권은행인 산은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데 이동걸 회장의 막판 결정에 관심이 쏠린다”며 “배 사장 취임후 체질개선을 통한 괄목할만한 성장 등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면 재신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