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코 아호 핀란드 전 총리는 20일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신라호텔에서 ‘인구 위기…새로운 상상력,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제로 열린 ‘제15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 서 전 세계가 마주한 고령사회와 실버경제의 현실을 설파하며 한국이 가진 잠재력과 가능성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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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조연설자로 나선 아호 전 총리는 전 세계적인 저출생·고령화 사회 속에서 인류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 인구·경제·사회 부문에서 완전히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중국은 2017년부터 출산율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2050년쯤 생산 가능 인구가 2억7000만~2억8000만명이 감소할 것이란 예측이 있다”며 “이는 유럽연합(EU) 전체 생산 가능 인구와 맞먹는 수치로, 연령구조가 급변하는 가운데 사회와 경제가 잘 작동할 수 있도록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된 고령사회에선 전 세계가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녹색경제 다음으로 중요한 화두는 실버경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동시에 기업들이 실버경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과거의 유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호 전 총리는 “65세 이상의 구매력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 많은 기업·기관은 구매력 높은 실버 세대의 증가를 고려치 않은 기존 비즈니스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통적인 사고방식에만 매몰돼 혁신에 대응하지 못한 사례로 자신의 모국을 대표하는 휴대폰·통신장비 기업 ‘노키아’를 꼽았다. 아호 전 총리는 “노키아는 애플 아이폰이 출시되기 5년 전에 터치스크린이 있는 휴대폰을 처음 개발했지만, 제품 테스트 과정에서 버튼을 누르는 방식에 익숙한 이들만을 대상으로 했다”며 “기존 방식에 익숙한 이들은 새로운 것에 흥미를 갖지 않았고 결국 소비자가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는 우를 범했다”고 말했다.
반면 세계에서 R&D 지수가 가장 높은 한국은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실버경제 강국이 될 잠재력이 큰 것으로 내다봤다. 아호 전 총리는 “실버경제의 핵심은 기술”이라며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의 5%를 R&D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잠재성을 가진 나라”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버경제는 웰빙, 건강, 패션, 미디어 등 모든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인공지능(AI)을 비롯한 디지털 기술이 실버산업에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고령인구가 이용을 많이 하고 있는 의료분야에서도 점차 AI 적용이 늘고 있고, 이러한 AI가 의료혁명을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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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자로 참석한 세계적 인구통계학자 제니퍼 스쿠바 미국 인구참조국(PRB) 대표는 여성의 경제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여성에게 주어졌던 돌봄 의무와 충돌을 일으키고 있는 점을 꼽으며 “여성이 일에 집중하면서 (자녀와 고령자 등) 돌봄의 사각지대도 커버할 수 있는 정책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