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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기아자동차(000270)는 자사의 고성능 모델인 스포츠 세단 스팅어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의 렌더링 이미지를 공개했다. 기아차는 부분변경 모델에 ‘스팅어 마이스터’라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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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의 스팅어가 부분변경 모델로 시장에 돌아온 것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 스팅어는 지난 2017년에 출시돼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스포츠 세단으로 주목을 받았다. 런치 컨트롤을 적용해 3.3 터보 엔진을 장착해 시속 0km/h에서 100km/h까지 4.9초 만에 주파하는 가속력을 갖춰 국내 시장서 보기 드물었던 고성능 모델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스팅어는 출시 직후 6122대를 판매한 뒤 2018년 5700대, 2019년 3644대, 올해 1~7월 1675대 판매되며 점점 하락세를 탔다. 일각에서는 판매 부진에 따른 단종설도 들렸지만, 반대로 성능 면에서는 엄지를 치켜들며 ‘스팅어는 스포츠 세단의 상징’이라며 응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기아차가 스팅어를 부분변경해 시장에 내놓은 것은 고성능 모델은 브랜드 파워와 직결되는 동시에 내연기관의 미래라 평가되기 때문이다. 자동차 시장은 내연기관에서 전동화로 무게추가 옮겨가는 추세다. 시장조사기관인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는 지난 5월에 발행한 ‘전기차 전망 2020‘에서 친환경 수요가 커지는 만큼 2040년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약 58%의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봤다.
다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내연기관이 없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엔진이 선사하는 특유의 짜릿한 경험을 선호하는 이들도 많다”며 “일상적인 차는 전기차가 된다고 할지라도 주행감 측면에서 고성능 모델은 내연기관의 상징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현대자동차그룹도 정 수석부회장의 지휘아래 지난 2018년 3월 고성능 N 라인업과 모터스포츠 사업을 전담하는 고성능사업부를 신설했다. 아울러 정 수석부회장은 고성능 모델 완성을 위해 BMW 출신 고성능차 전문가 알버트 비어만 사장과 토마스 쉬미에라 부사장을 영입하는 등 N 라인업 구축에 힘을 쏟아왔다.
현대차그룹은 먼저 수입차 브랜드와 달리 대중적인 고성능 모델을 선보여 관련 시장의 ’파이‘를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고성능 모델 시장은 고가의 수입차 브랜드가 관련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상태다. 고성능 모델 시장을 선두하고 있는 곳은 메르세데스-벤츠다. 벤츠는 고성능 모델인 AMG를 국내에 11개 모델을 판매 중이다. 벤츠는 라인업 확대를 통해 지난해 2740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2133대) 대비 18.6%나 늘었다. BMW 역시 고성능 모델 브랜드인 M시리즈에서 10개 모델을 선보이며 지난해 1866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 대비 60%가량 성장하는 등 비중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수입차 브랜드의 고성능 모델은 8660만~2억4700만원까지 고가의 모델들로 구성돼 있다. 그만큼 성능 면에서 우월한 모습을 보인다. 벤츠 AMG 모델 가운데 제일 저렴한 모델인 ‘AMG C 43 4MATIC’은 V형 6기통 가솔린 엔진을 장착해 배기량은 2996cc로 390마력(PS), 최대토크 53.0kgf.m을 자랑한다.
수입차와 달리 현대차그룹은 ’더 많은 사람에게 가슴 뛰는 드라이빙의 재미를 경험할 수 있게‘라는 목표와 함께 대중적인 고성능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실제 스포츠 세단인 스팅어도 6기통 3.3 가솔린 터보 엔진 기준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0kgf.m으로 벤츠 AMG 모델에 뒤처지지 않지만 가격대는 3500만~4982만원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현대차가 고성능 모델 N라인 중 가장 먼저 출시한 벨로스터N도 2.0 터보 GDI 4기통 엔진을 통해 최고 275마력과 최대토크 36.0kgf.m를 자랑함에도 가격은 2944만원에 불과하다. 하반기 연이어 출시될 아반떼 N라인 역시 1.6 터보 4기통이 발휘하는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27.0kgf·m 성능에도 최대 3000만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소나타 N라인 역시 기본 모델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전망이다.
올 하반기 스팅어에 이어 현대자동차(005380) 아반떼와 소나타 N라인을 각각 출시하며 관련 라인업을 확대하는 것은 고성능 모델 시장을 잡기 위한 전초작업인 셈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고성능 모델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상징성이 크고 이를 통해 브랜드 파워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하반기에 새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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