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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수는 남고 기업만 옥죈다"…바이오 공시 논란 반복되는 이유[K공시 사각지대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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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지 기자I 2026.05.12 08:11:02
[이데일리 손민지 기자] 삼천당제약(000250) 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이 제약·바이오 기업 공시 개선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제약·바이오 공시 종합개선 태스크포스(TF, 전담팀)를 출범시켰다. 태스크포스는 약 3개월에 걸쳐 관련 공시 제도 전반을 손질할 예정이다. 투자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바이오 공시를 보다 직관적이고 쉽게 바꾸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제약·바이오시장의 시선은 복잡하다. 공시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금융당국이 제도 개선책을 내놨지만 유사한 사건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일부 대책은 선언적 수준에 머물거나 권고 수준에 그치면서 기대만큼 작동하지 못했다.

이번 대책 역시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공시 규제 강화 흐름 속에서 기업 부담만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공시 체계 밖에서 이뤄지는 과장된 실적 전망 등은 여전히 규제 사각지대에 남아 있어 제도 손질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출처=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개선책 반복됐는데…사각지대는 그대로

제약·바이오 공시를 둘러싼 금융당국의 대응은 2016년 한미약품(128940) 늑장공시 사태를 계기로 본격화됐다. 당시 한미약품은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체결한 8500억원 규모 항암제 기술수출 계약이 해지됐다는 사실을 늑장 공시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실제 수령 금액이 약 718억원 수준에 그치면서 뻥튀기 공시라는 비판도 뒤따랐다.

이에 금융당국은 투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가 제때 공시되지 않으면서 투자자 보호가 미흡했다고 보고 같은 해 11월 공매도 및 공시제도 개선방안을 내놨다. 곧이어 한국거래소 역시 후속조치로 △적시공시 원칙 명문화 △공시위반제재금 상한 상향(유가증권시장 2억원→10억원, 코스닥 시장 1억원→5억원) △정정공시 시한 단축(익일→당일) 등을 제시해 이듬해부터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 개선 방안의 핵심으로 꼽혔던 진행 단계별 정보제공 확대 계획은 결국 시행되지 않았다. 본래 금융당국은 단계별 성과에 따라 마일스톤을 받는 조건부 계약은 향후 계약 진행 단계가 투자자에게 명확히 전달될 수 있도록 공시 서식을 구체화하고 장기계약은 중요한 진행 단계마다 해당 시점의 계약 진행 현황이 공시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거래소 공시서식 개정에는 담기지 않은 것이다. 실제 현재까지도 계약 상대방이나 계약금, 마일스톤 등 주요 조건이 비공개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번 삼천당제약 사태 역시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사례로 해석된다. 그런데도 올해 출범한 TF는 앞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점 대신 공시의 이해 가능성에 개편의 초점을 맞췄다.



문제는 ‘어려운 공시’가 아니라 ‘공시 밖’

금융당국은 최근 TF를 출범하면서 “제약·바이오 공시의 핵심은 이해 가능성에 있다”고 강조했다. 어려운 공시를 투자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조를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개선 계획을 보면 상장 단계에서는 기업가치 산정 근거를 더 명확히 드러내고 상장 이후에는 사업보고서 등을 통해 연구개발 현황과 주요 파이프라인 정보를 스토리 형식으로 알기 쉽게 제시하는 데 집중한다.

그러나 투자자 이해도를 다루는 개선책은 이미 나온 적이 있다. 2020년 2월 금융당국과 거래소에서 코스닥시장 제약·바이오 기업의 공시 투명성을 키우기 위해 제시한 가이드라인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당시 임상시험과 품목허가, 기술도입 이전계약 등 제약·바이오 기업에서 발생하는 중요 경영활동을 유형별로 나누고 공시 항목을 구체화했다. 홍보성 정보 등 불확실성이 큰 내용은 공시에서 배제하도록 하고 투자자가 이해하기 쉬운 제목 사용을 권장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반복되는 제약·바이오 기업의 공시 논란이 단순히 공시가 어려워서 발생한 문제였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정보를 숨기고 부풀리는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또다시 이해도 개선에 초점을 맞춘 대책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애초 반복되는 제약·바이오 공시 논란이 공시 밖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공시 체계 안의 정보는 나름의 형식과 책임이 따른다. 하지만 기업설명회(IR)와 보도자료 등 공시 밖 채널에서는 실적 전망이 과장되거나 기대감이 부풀려져도 이를 강력하게 제재하기 쉽지 않다. 삼천당제약 역시 공시가 아닌 보도자료 형식으로 영업실적 전망을 배포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졌고 결국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모호한 기준, 강화된 지침…눈치만 느는 바이오 업계

현장에서는 이번 TF 출범 이후 시장 분위기가 지나치게 경직되고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삼천당제약 사태 이후 제약·바이오 기업 전반에 대한 당국의 시선이 한층 엄격해지면서 공시 여부를 두고 기업들이 눈치를 보느라 실무 혼선이 커졌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계약이나 개발 진척 관련 정보를 어느 수준까지 공시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고 토로한다. 금융당국에서 실제 매출이 발생하기 전에는 공시를 자제하라는 식의 지침을 내렸는데 해당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중대한 사안인데 공시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며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숨기는 모양새가 되지 않을지 우려도 되고 지침에 따라 공시 규모가 달라질 수도 있어 문제가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지 않고 허위로 공시를 하려다 거래소에 발각된 제약·바이오기업 사례가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며 “해당 사건 이후로 과거에 공시했던 정보들도 현재는 공시하고 있지 않다 보니 '왜 공시하지 않느냐'는 주주들의 불안감 섞인 문의가 빗발치기도 한다”고 했다.

공시 기준 자체가 주관적 판단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규제만 강화할 경우 기업 활동 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기업 공시는 파트너사의 요청에 따라 모든 계약 정보를 공개하거나 설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때가 많다”며 “사업이 우선인 상황에서 공시 때문에 계약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절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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