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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베트남의 낮은 인건비와 높은 교육열, 높은 저축률은 30년 전 한국과 흡사하다. 10년 동안 묻어놓으면 5배, 10배로 충분히 불어날 수 있다. 저 역시도 가진 돈 상당규모를 이 펀드에 투자할 것이다.”
존 리 메리츠운용 대표는 확신에 찬 표정이었다. 30년 전 미국에서 최초로 ‘코리아펀드’를 만들어 대성공을 거둔 월가 출신의 스타 펀드매니저의 시선은 베트남을 향했다. 존 리 대표는 22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메리츠 베트남펀드’ 기자간담회에서 “베트남시장이 뻗어나갈 타이밍이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베트남의 성장성을 믿었다. 평균연령 29세로 젊은 나라인데다 인구는 1억명에 달한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약 7%로 기대되며 높은 교육열과 저축률은 성장 동력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존 리 대표는 여성의 경영 참여 비율이 높은 점에 주목했다. 그는 “베트남 최대 은행의 지점장 절반이 여성”이라며 “여성의 경영참여비율이 높다는 건 투명성 측면에서 진전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 경영진들은 호주나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교육받은 인재들로 베트남 방문 당시 통역이 필요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다음 세대가 현 세대보다 더 나은 삶을 누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가장 긍정적인 나라 1위가 바로 베트남이다. 존 리 대표는 베트남이 지닌 희망에 베팅했다.
오는 5일부터 9일까지 1500억원 규모로 모집하는 메리츠 베트남펀드의 가장 큰 특징은 10년간 환매를 못하는 폐쇄형 구조라는 점이다. 단기투자에 익숙한 국내 투자자들에게 외면받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그러나 존 리 대표는 “폐쇄형이 아니면 베트남에 투자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주식뿐 아니라 채권에 사놓고 묵혀두는 바이 앤 홀드 전략을 추구하는데 방해요소가 생겨선 안된다는 얘기다. 그는 “베트남은 성공에 대한 의지가 엄청난데 정부에 돈이 없어 국영기업을 마구 팔고 있다”며 “여기에 매력적인 장기투자 기회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10년간 환매하지 못하는 제약을 줄이기 위해 증시에 펀드를 상장해 사고 팔 수 있게 했다고 설명하면서 판매수수료가 없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1500억원 한도로 모집하는 이 펀드에 메리츠운용도 5억원을 투자하고 존 리 자신도 있는 돈 상당규모를 펀드에 넣겠다고 공언했다.
투자기업은 상위 10~15곳으로 한정하는데, 우유회사인 비나밀크, 소프트웨어업체 FPT코퍼레이션, 비키니 승무원으로 유명세를 탄 비상장 항공사 VietJet Air 등이 주요 투자대상이다. 존 리 대표는 “30년 전 우리 경제발전 과정에서 크게 올랐던 종목이 인프라, 시멘트, 철강, 우유기업이었다”며 “베트남도 이와 비슷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노후를 준비하고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는 좋은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펀드는 오는 9월 5일~9일까지 메리츠, 동부, 미래에셋, 유진, 한국투자, 현대증권에서 선착순으로 가입할 수 있으며 12일부터 운용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