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제출한 법안은 사실상 ‘여야 합의안’으로, 핵심 쟁점이던 부지내 저장용량 등을 모두 해소했다. 이로써 비쟁점법안이 된 고준위법이 조만간 소관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통과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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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국회에 따르면 김성환(3선·서울 노원구을) 민주당 의원은 이날 고준위법을 같은 당 의원 28명과 함께 대표발의했다. 김 의원은 발의 배경으로 “사용후핵연료 처리문제는 원전에 대한 찬반을 떠나 원전을 사용한 우리 세대가 마땅히 책임져야 할 숙제라는 책임감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법안의 핵심은 여야간 핵심쟁점이던 부지내저장시설의 저장용량을 ‘원전의 설계수명 기간의 발생량’으로 제한했다. 또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뒀다. 이 위원회에서 방폐물 관리와 부지선정 절차 등의 업무를 맡는데, 독자적으로 수행토록 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내용은 이데일리가 단독 입수한 고준위법 21대 국회 여야 합의안과 내용이 모두 일치한다. 김 의원 측은 “이번에 발의한 법안은 지난 국회에서 여여가 합의하고,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한 최종안을 정리한 것으로 여야 합의안과 내용이 같다”며 “(비쟁점법안이어서) 8월 임시국회에서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고준위법 처리의 마지막 키를 쥔 인물이었다. 그는 원전 설계수명인 40년 어치 폐기물만 저장할 수 있도록 용량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여당은 노후원전이라도 안전성 검토를 거쳐 수명연장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입장이 대치했다. 법안 내용도 여야가 각각 ‘운영허가 기간 중 발생량’과 ‘설계수명 중 발생량’으로 명기했다.
법안이 쟁점화하면서 결국 양당 원내지도부에서 이를 조율하기로 했다. 지도부는 사용후핵연료 처리문제는 원전 찬반을 떠나 현 세대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대의로 법 처리를 촉구했다. 야당 지도부까지 나서 김 의원을 설득한 끝에 합의안 작성에 이르렀다. 그러나 신임 원내대표 체제로 전환하고 채상병특검법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이뤄지면서 분위기가 급반전했고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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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이 많던 고준위법이 통과하면 1972년 국내에서 원전을 처음 상업운전 한 지 52년 만이다. 원전 생태계 전주기를 완성하는 첫 걸음을 떼는 셈이다.
정재학 학국방폐물학회장은 “고리1호기를 첫 가동하고 52년이나 됐다. 고준위방폐물을 관리하기 위한 시설이 필요하고, 법적 근거가 고준위법인데 이미 많이 늦었다”며 “유럽연합(EU)에선 2011년 모든 국가가 고준위 처분까지 국가계획을 수립하도록 의무화했다. 우리도 서둘러 법 제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선무가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위한 부지 선정작업이다. 이는 전문가 등 9명으로 구성되는 고준위위원회에서 맡는다. 법에 따라 2060년 이전까지 고준위방폐물처분시설을 설치해야하는 데 이를 위해 5년마다 고준위방폐물 관리 기본계획 수립해야 한다. 이 계획에는 방폐물 발생현황부터 관리시설 부지선정, 투자계획까지 포함하고 공론화해야 한다. 부지선정은 지자체 및 의회동의로 유치의향서 접수하고 문헌조사 후 실제 물리적 조사와 만족 시 주민투표 통해 결정하게 된다. 이 과정에만 꼬박 13년이 걸린다.
윤종일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법이 통과하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최종 처분장 설치를 위한 부지선정 작업에 나서게 될 것”이라며 “국가 차원에서 고준위방폐물 관리를 위한 지배구조와 국내외 택소노미 등 바람직한 정책 방향과 전략이 담보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