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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뉴욕타임스 등 외신을 종합하면 미국 메릴랜드대 의대 연구진은 심장병 환자인 데이비드 베넷(57세)에게 형질전환돼지의 심장을 이식하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수술 후 3일이 지난 이날까지 환자가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정맥으로 병원에 입원한 베넷은 6개월 이상 ‘체외막산소공급장치(에크모)’에 의존해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수술 전날 베넷은 “죽는 것 또는 돼지 심장을 받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나는 살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술을 주도한 버틀리 그리피스 메릴랜드대 의대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수술은 성공적으로 진행됐지만 한 시도 안심할 수 없다”며 “면역 거부반응 징후가 나타나는지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장기 이식 분야에서 이번 수술의 모든 내용이 분수령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을 이끌었던 박정규 서울대 의대 교수는 “돼지 심장을 이식하는 것에 대한 기본적인 거부감이 있는데, 이번 연구가 그런 고정관념을 깨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수술을 성공으로 이끈 숨은 주역이 있다. 바로 미국 재생의료기업 ‘리비비코어’다. 리비비코어는 유전자 교정기술을 이용해 돼지 심장세포의 유전자 중 인체 내에서 면역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 3개 등을 비활성화하고, 인간의 체내 면역 작용을 상쇄시키는 유전자 6개를 추가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유전자 교정기술인 크리스퍼-캐스9이 나온 뒤 형질전환 돼지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약 2년에서 수개월 수준으로 단축됐다. 그는 “국내에서도 일부 기업이 돼지의 유전자를 3~4개 정도 교체하는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지만, 리비비코어의 기술력에는 못 미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집도하는 수술진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인체 내로 옮겼을 때 면역 거부반응을 최소화한 형질전환돼지 개발이 수술 성공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이종장기 이식 수술 관련 연구와 임상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박 교수는 “수년간 진행한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의 연구는 췌도나 각막 등의 영장류 실험 완료 후 임상시험계획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한 채 멈춰있는 상태”라며 “이번 이종이식 수술이 국내 기술 발전에 도화선으로 작용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