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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보다 기업의 ‘고용’이 우선입니다[공종렬의 인력정책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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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기자I 2026.05.10 18:02:00

고용허가제의 구조와 ‘사적 자치’ 전환 필요성

[공종렬 행정사] 단순노동에 종사하는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비전문취업비자(E-9)는 2003년 제정된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04년부터 시행된 ‘고용허가제’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실질적인 주무부처 역시 출입국·외국인정책을 관장하는 법무부가 아니라, 고용허가 업무를 담당하는 고용노동부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한국의 고용노동부는 1946년 미군정 하의 노동부에서 시작해 1948년 정부 수립과 함께 사회부 ‘노동국’으로 출발했습니다. 이후 1955년 보건부와 통합되며 보건사회부 노동국이 됐고, 1963년 노동청으로 승격되었습니다.

1981년 노동부로 독립한 뒤 노동자 권익 보호와 산업안전 업무를 수행해 왔으며, 2010년 고용노동부로 개편되면서 기존 노동정책에 일자리 창출과 고용정책이 통합된 형태로 발전했습니다.

공종렬 행정사
국제 기준과 노동자 권익 보호

현재 외국인 노동자의 권익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 따라 보호되고 있습니다. 한국이 노동부였던 시절인 1991년 가입 이후 비준한 ILO 협약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습니다. 이 가운데 ‘고용상 평등’ 관련 협약은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한 동등 보수 및 차별 금지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외국인 노동자를 내국인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입니다.

고용은 생산요소 중 하나인 노동력 확보 과정으로 생산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집니다. 일반적으로 생산이 증가하면 고용이 늘어나고, 경기 호황 시 실업률은 낮아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러나 현재는 기술 혁신과 자동화로 인해 생산 증가가 반드시 고용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고용 비중이 낮은 대기업 중심 성장 구조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노동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노동생산성은 GDP를 총 노동시간으로 나눈 값입니다. 노동자 권익 측면에서 근로시간 규제도 중요하지만 생산성과 생산력 역시 함께 고려돼야 합니다. 결국 노동의 대가인 임금은 노동생산성과의 연계 속에서 결정되는 구조입니다.

OECD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4.4달러로 주요국 대비 낮은 수준입니다. 일본 49.1달러, 이탈리아 53.5달러, 호주 54.6달러, 영국 60.1달러, 프랑스 65.6달러, 독일 68.1달러, 미국 77.9달러 등과 비교됩니다.

고용과 노동의 균형 문제

노동조건 개선과 노동자 인권 보장은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러나 생산을 책임지는 ‘고용자’로서 기업이 처한 현실과의 균형 또한 중요합니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대표 제도인 삼권분립은 권력 간 견제와 균형을 전제로 합니다. 고용과 노동 역시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 있는 영역으로, 상호 견제와 균형이 요구되는 구조입니다. 그럼에도 현재 한국은 고용과 노동 정책을 동일 부처가 함께 담당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대표적인 노동인력 수입국 중 하나이며, 외국인 노동자는 대부분 기업이나 사업장이 직접 고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고용 구조의 핵심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라는 점이 강조될 필요가 있습니다.

2026년 3월 기준 비전문취업(E-9) 외국인 근로자는 약 33만 3천 명이며, 방문취업(H-2) 비자 취업자 약 8만 2천 명을 포함하면 총 41만 5천 명이 단순노동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고용허가제 또는 이에 준하는 절차를 통해 고용되고 있습니다.

고용허가제는 당초 국민 고용 보호와 외국인 근로자 송출비리 방지를 목적으로 설계된 제도입니다. 그러나 2004년 제도 도입 당시와 비교해 현재 노동시장 환경은 크게 변화했습니다. 국민 고용은 정부가 직접 보장하기보다 개인 선택과 시장 구조에 의해 결정되는 비중이 커졌고, 송출비리 문제 역시 송출국 정부와 일부 브로커 영역의 문제로 축소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기업이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적합한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고용허가제 구조와 사적 자치 논의

현재 대부분의 취업 비자는 국내 고용자의 초청에 의해 발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용허가제만은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서울시의 필리핀 가사도우미 시범사업에서도 논란이 있었지만, 싱가포르 사례처럼 ‘사적 자치’ 원칙에 기반한 계약형 고용 모델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가사도우미 고용에서 사용자와 근로자 간 사적 계약이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현행 고용허가제에서는 고용자의 수요와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사업주는 업종, 근로자 수, 기숙사 여부 등을 신청하지만, 이후 인력 선택 과정은 제한적 조건 하에서 진행됩니다.

EPS(고용허가) 시스템을 통한 선택 역시 국적, 연령, 학력, 성별, 신체 조건 등 제한된 기준 내에서 3배수 후보 중 선택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사적 자치 원칙과 제도 재검토 필요성

한국 헌법은 자본주의 경제질서를 명시하고 있으며, ‘사적 자치’는 개인의 의사에 따라 권리와 의무가 결정되는 경제 자유의 기본 원칙입니다. 이는 계약 자유의 원칙으로도 설명됩니다.

다만 현대에는 공공복리와 사회적 약자 보호를 이유로 일부 제한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외국인 단순노동 영역에서도 이러한 제한이 여전히 동일하게 적용돼야 하는지는 시대 변화에 맞춰 재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따라 외국인 비전문취업 단순노동 구조 역시 현재의 고용허가제 중심 체계에서 벗어나, 사업장 적격성 심사 이후 ‘사적 자치’ 기반의 계약과 초청 절차를 결합한 제도로의 전환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대상 국가, 후보자 자격, 최저임금 및 노동법 준수, 체류 관리 등 기본적인 규율은 전제되어야 합니다.

외국인 노동자 제도는 ‘정부 중심 허가제’와 ‘시장 중심 계약 구조’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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