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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의 기자회견을 개최하기도 한 공동행동은 이번 4·7 보궐선거가 전임 시장의 성폭력 사건 탓에 발생한 선거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 ‘보궐선거 왜 하죠?’라는 문구로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서울시선관위는 공직선거법 제90조 시설물설치 등의 금지에 따라 이 문구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 선거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공동행동은 ‘우리는 성 평등에 투표한다’, ‘우리는 페미니즘에 투표한다’라는 캠페인 문구로 변경했지만, 선관위는 “성 평등이라는 단어가 특정한 정당이나 후보를 떠올리도록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할 수 없다”고 불허했다.
이날 공동행동 관계자들은 선관위 복장으로 캠페인 문구에 위반 스티커를 붙이는 퍼포먼스로 선관위의 결정을 규탄했다. 기자회견장에는 감시를 위해 선관위 직원 4명이 참석하기도 했다.
김단비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활동가는 “우리 사회의 보편적 요구이자 인권인 단어가 특정 정당을 떠올리게 된다면 이를 사용하는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 성 평등을 정치적 도구로 만든 정당화 후보자들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보궐 선거에 정당한 문제 제기조차 하지 못하고 성 평등이라는 단어마저 사용하지 못하면 우리는 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느냐”며 “선관위의 이러한 판단은 성 평등한 서울을 원하는 사람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연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사무국장은 “어느 때보다 정치적 의사를 폭넓고 활발하게 드러낼 수 있어야 할 선거 시기에 정치적 침묵을 강요하며 유권자를 수동적인 존재로 가둬두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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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별(활동명)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활동가는 “보궐선거에서 서울시와 부산시 시장을 다시 뽑아야 하는 이유는 두 광역자치단체장이 성폭력 가해자이기 때문”이라며 “당연한 사실을 알리는 일조차 선거법 위반인가. 선관위는 이해할 수 없는 유권해석을 멈추고 시민의 자유로운 정치 참여를 막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소정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사무국장도 “후보자를 향한 정치적 행동을 가장 열심히 해야 할 때가 바로 선거시기”라며 “그러나 현행 공직선거법은 후보로 나선 자 외의 시민의 입을 선거법이라는 이름으로 틀어막는다”고 비판했다.
공동행동은 선관위에 성 평등 선거규약 마련도 촉구했다. 황연주 사무국장은 “선거 시기마다 페미니스트 후보자의 벽보 훼손, 물리적 공격, 온라인 혐오표현이 난무하고 있지만, 선관위의 지침은 부재한다”며 “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 규제를 마련해 민주주의 실현에서 그 누구도 배제되거나 차별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장 후보자들에게는 성 평등 공약을 요구했다. 김단비 활동가는 “젠더 폭력 문제로 시작된 이번 보궐선거는 젠더 없는 선거가 됐다”며 “이번 보궐선거는 반성과 성찰로 근본적인 원인을 진단하고 보다 성 평등한 조직문화와 서울시를 위한 심사숙고된 정책들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다슬 한국여성의전화 정책팀장도 “성범죄자 신상을 공개하고 폐쇄회로(CC)TV를 확대 설치한다고 해서 성범죄를 막을 수 없다”며 “낡은 프레임을 거두고 낮은 인식수준을 깨우치는 성 평등 공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