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활용한 딥페이크 성범죄물 영상 제작·배포가 학교 현장까지 번지면서 정부가 각종 재발 방지책을 마련 중이다. 이참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 과정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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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가정·과학 등 관련 교과 교사와 보건교사가 1년간의 성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고 맡은 부분을 각자 교육한다. 어느 단원에서 어떤 부분을 다룰지 등을 논의하고 중복되는 부분이 없도록 교육과정을 손본다. 다만 학교 차원에서만 이러한 논의가 이뤄지기에 학생들의 학교급이 달라지는 경우까지를 고려할 수 없다. 배웠던 것을 또 배우게 되거나 성장·발달 단계를 고려한 성교육이 이뤄질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딥페이크 입건 76%가 10대
딥페이크 성범죄물 제작 등 학생들이 성범죄에 연루된 사례가 확산하면서 성교육의 중요성이 다시금 강조되고 있다.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딥페이크 범죄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딥페이크 성착취물 범죄 혐의로 입건된 전체 피의자 중 1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65.4%, 2022년 61.2%에서 2023년 75.8%로 계속해서 증가했다. 지난 1∼7월의 경우는 73.6%였다.
피해자도 10대인 경우가 많다. 10대 피해자 수는 2021년 53명, 2022년 81명, 2023년 181명으로 늘고 있다. 전체 피해자에서 1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62%로 나타났다.
현재 초·중·고교는 교육부 고시에 따라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간 15시간의 성교육을 실시한다. 초등학교는 성폭력·가정폭력 예방 교육을 각 1시간씩 총 2시간, 중고교는 성매매 예방 교육 1시간을 더해 총 3시간을 포함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이뤄지는 성교육은 학교와 담당 교사의 관심·재량에 따라 제각각이다. 교육자치법에 따라 교육부 차원에서 성교육과 관련한 표준화된 지침이나 매뉴얼은 만들 수 없다. 전국 시도교육청이 각각 성교육 과정을 정해 학교장 재량으로 운영하도록 하고 있어서다. 아울러 성교육은 ‘범교과’ 과정으로 편성된 탓에 보건교사나 외부강사 외에도 국어·체육·영어 등 과목을 가리지 않고 연관 교과 교사가 자체적으로 수업하고 있다.
◇“발달단계 맞춘 체계적 성교육을”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장병순 교사는 “성범죄를 막고 더 안전한 교실을 만들기 위해서는 성평등, 성인지 감수성 등을 포함해 학생들의 성장발달단계를 고려한 지속·체계적인 성교육이 필요하다”며 “수업 중 일부 내용 탓에 민원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는데 교사를 보호할 장치가 없어 위태로운 상황에서 성교육을 해야 하는 점도 문제”라고 토로했다. 성과 관련된 민감한 이슈를 다루다보면 학부모 민원이 제기될 수 있고 그에 따른 교사 부담이 크다는 얘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전국 교사들을 상대로 지난 2월 26일부터 3월 4일까지 실시한 설문 결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응답자(484명) 92.8%는 ‘성평등 관련 교육과정의 목적과 내용이 명확하지 않아 수업을 준비하기 곤란하다’고 답했다. 학교 성평등 교육의 문제점을 묻는 문항에서는 ‘성평등 실천 의지 없이 기계적이고 형식적으로 학교 성평등 관련 업무에 담당 교사를 지정한다’는 비율이 56%에 달했다. “국가 차원의 성평등 교육 목표와 개념, 교육과정이 없다”(50%)는 답도 뒤를 이었다.
교육부는 딥페이크와 관련한 디지털 교육 자료를 제작해 오는 10월 학교 현장에 배포할 계획이다. 장병순 교사는 “큰 사건 이후에 소잃고 외양간 고치듯 수습하는 성교육 방식으로는 부족하다”며 “학생들이 체계적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성교육 관련 교육과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