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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가 이번에 파업을 진행하게 된다면 역사상 네 번째 파업으로 기록되게 된다. 첫 번째 사례는 지난 2000년 정부의 의약분업 정책에 반발해 진행됐던 총파업이다. 당시 의료계는 2~10월까지 총 다섯 차례 집단 휴업과 폐업투쟁을 진행했지만 의약분업은 계획대로 진행됐다. 또 2014년엔 정부가 원격의료 도입 계획을 밝히고 의료계가 반발하며 두 번째 총파업이 단행됐다. 이는 원격의료 도입으로 문을 닫는 동네 병·의원들이 속출할 것을 우려한 의료계의 목소리를 정부가 받아들이면서 일단락됐다.
지난 2020년 진행된 세 번째 총파업은 이번 갈등과 유사한 이유에서 비롯됐다. 정부와 여당은 당시 10년간 4000명의 의대 정원을 늘리고 공공의대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전공의 집단 휴진, 인턴과 레지던트 4년차 무기한 파업, 2차례에 걸친 전국 의사 총파업 등 의료계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코로나19 확산이 안정된 이후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 의료계의 실력 행사가 효과를 본 사례가 많은 셈이다.
앞서 정부는 전공의 등이 단체행동을 포함한 불법 행위를 하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밝혔고 이 때문에 전공의들이 이번 파업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지만, 의협의 태도는 강경하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총파업 강행 시 회원, 전공의, 의대생들을 우선 보호할 대책을 어젯밤에 열린 긴급 상임이사회에서 의결했다”며 “법적 문제 발생 시 의대생과 전공의가 실질적인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적극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의료계 파업에 대해 시민들은 불안한 모습이다. 특히 최근 독감의 유행세가 이어지고 있고 코로나19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계가 파업을 단행할 경우 ‘의료 대란’일 불가피할 전망이다. 3세 아이를 키우는 백모(40)씨는 “오락가락한 날씨에 아이들이 감기에 많이 걸리고 직장에서도 독감·코로나가 유행한다는 말이 많아 걱정”이라며 “이런 상황에 의사들이 파업을 한다면 대단히 난처한 상황이 될 것 같다. 자기 밥그릇 뺏기기 싫어서 일반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게 맞느냐”고 말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도 “의협의 집단행동은 아무런 명분도 설득력도 없는 억지”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이 회장은 “현장 우리가 전문가인데 (의대 증원 반대를) 의협의 이기주의로 몰아가는 게 안타깝다”며 “일반 시민들에겐 그동안의 문제가 됐던 ‘의료계 건보재정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우선이다’라는 취지로 계속 설득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