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지혜 인턴 기자] 대구에 거주 중인 김 모씨는 최근 서울에서 열리는 한 유명가수의 뮤지컬을 보기 위해 2주 전부터 서울에 있는 숙소와 식당을 예약했습니다. 하지만 공연 당일 뮤지컬 업계 측으로부터 ‘해당 가수의 컨디션 악화’를 이유로 '당일 공연 취소' 통보를 받았습니다. 김 씨는 "가수의 컨디션 악화로 공연이 취소되는 것에는 불만은 없다"면서 "가장 화가 나는 것은 뮤지컬 업계 측의 무책임한 대응"이라고 분노했습니다.
김 씨는 "저 같은 지방러(지방-er)들은 서울에서 하는 뮤지컬을 보기 위해 몇 주전부터 숙소와, 식당, 기차 편을 예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공연비는 당일 환불받았지만 이미 예약한 숙소와 식당은 당일 취소가 안될뿐더러 기차 편은 당일 취소할 경우 수수료를 자가 부담해야 된다"라고 토로했습니다.
2022년 한 유명 뮤지컬을 예매했었던 이 모 씨 또한 전주에서 서울로 가는 KTX안에서 '당일 공연 취소' 통보를 받았습니다. 이 모 씨는 "2022년에는 코로나19가 지금보다 더 심했던 상황이라 확진자 발생으로 인한 공연 취소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런데 회사에 휴가까지 쓰고 어렵게 뮤지컬을 예매한 건데 기차 안에서 확인한 당일 통보는 너무 황당하고 허무했었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뮤지컬 업계 측의 '당일 공연 취소'로 인한 피해는 서울에 사는 관객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뮤지컬에서 앞자리 석은 '황금자리'라고 불릴 만큼 티켓팅이 치열한데요. 뮤지컬 맨 앞자리 석을 어럽게 예매한 강 모 씨도 뮤지컬 업계 측의 '당일 공연 취소'통보에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강 씨는 "공연 당일 3시간 전에 문자로 당일 취소 통보를 받았다"며 "부모님 생신이라 어럽게 티켓팅을 해서 좋은 자리를 예매한 건데 당일 취소로 계획이 다 틀어졌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곤 하지만 최소한 하루 전에라도 취소 공지를 알렸다면 이렇게 화가 나지는 않았을 것 같다"며 뮤지컬 업계 측의 대응을 아쉬워했습니다.
위 사례들처럼 뮤지컬 업계 측의 '당일 공연 취소'로 인한 관객들의 불만 사례가 이어지자, 일각에서는 뮤지컬티켓 전액 환불 뿐만이 아닌 '선예매 권한+기존 좌석 보증'이나 '최소 할인권'혜택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기존에 VIP석 15만 원선을 유지하던 뮤지컬 티켓 값이 2022년부터 잇따라 상승하면서 관객들의 금전적 부담감이 더욱 커진 상황인데요. 지난해 11월 막을 올린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16만 원으로 올랐고 12월에 개막한 '물랑루즈!'는 18만 원, 지난달 초연을 올린 창작 뮤지컬 '베토벤'과 2년여 만에 돌아온 오리지널 내한 '캣츠' VIP석이 각각 17만 원으로 올랐습니다.
전문가들은 물가상승 및 인건비와 대관료등이 연달아 오르고 있는 경제적 상황에 따라 뮤지컬 티켓 가격 조정은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지만, 가격이 오른 만큼 관객들을 위한 다양한 티켓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우리나라의 대중문화는 전반적으로 케이팝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팬서비스 문화'가 중요하다"면서 "불가항력적인 사유를 제외하곤 뮤지컬을 기다린 관객들에게 '당일 공연 취소'는 정신적 및 금전적 손해를 끼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김 평론가는 "2022년부터 뮤지컬 티켓값이 오른 상황에서 뮤지컬 업계 측은 관객들에 대한 환불 조치 서비스를 조금 더 유연하게 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대형 뮤지컬 제작사와 같은 경우 '당일 공연 취소'에 대해 관객들에게 무책임하게 보이지 않도록 대처해야하며, 이를 소홀히 한다면 관객에게 외면을 받을 수 있다"라고 조언했습니다.
관객들이 필요이상으로 뮤지컬 업계 측에 무리한 보상 요구를 하는 것은 ‘뮤지컬 산업’에 대한 이해도 부족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뮤지컬 특성상 이미 만들어져서 제공되는 영화와 달리 게스트나 공연 환경이 갑작스럽게 바뀌는 것은 '뮤지컬 산업' 특성상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관객들이 불가항력적인 사항에 대해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뮤지컬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