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홀로 키운 아들, 성인 되고 10년 지나면 양육비 청구 못한다"

성주원 기자I 2024.07.18 15:16:38

자녀 성년 된지 23년만에 과거 양육비 청구
원심 "10년의 소멸시효 완성…청구권 소멸"
대법 원심수긍 "성년된 때부터 소멸시효 시작"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대법원이 ‘과거 양육비 청구권의 소멸시효’와 관련한 종전 판례를 변경했다.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의 소멸시효는 자녀가 미성년이어서 양육이 계속되는 동안에는 진행하지 않고, 자녀가 성년이 되어 양육의무가 종료된 때부터 진행한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녀가 성년이 된 날로부터 10년이 지난 뒤에는 과거 양육비를 청구하지 못하게 됐다.

지금까지는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해 구체적인 지급청구권으로 성립하기 전에는 과거 양육비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판단해왔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대법원
◇“자녀 성년 된 후 10년 지나면 과거 양육비 청구 불가”…판례 변경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조희대 대법원장, 주심 대법관 이흥구)는 18일 과거 양육비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문제된 사건에서 청구인의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가 소멸했다고 판단한 원심결정을 확정했다.

부인 A씨와 남편 B씨는 1971년 7월 혼인신고를 마치고 1973년 11월 둘 사이에 아들을 낳았다. 출산 이듬해인 1974년부터 별거를 시작해 1984년 이혼에 이르렀다. 별거 때부터 부인 A씨가 1993년까지 약 19년간 홀로 아들을 양육했다.

A씨는 이혼 이후 약 32년이 지난 2016년 6월 B씨에 대해 총 1억1930만원 상당의 과거 양육비 분담을 구하는 심판을 청구했다. 별거 시점인 1974년부터 아들이 성년에 이른 1993년 11월까지 아들을 홀로 양육하면서 지출한 비용을 나눠서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다.

1심은 A씨 일부 승소 판결했다. B씨는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양육비 지급 협의가 있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어 과거 양육비 청구권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B씨가 부담해야 할 ‘아들에 대한 과거 양육비’를 6000만원으로 인정했다.

2심은 B씨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과거 양육비 청구권은 아들이 성년이 된 1993년 11월을 기산점으로 해 10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돼 이미 소멸했다”며 A씨의 과거 양육비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는 이 사건의 쟁점인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해 구체적인 청구권으로 성립하기 전의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에 대해 ▲소멸시효가 진행하는지 여부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면 언제부터 진행하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폈다.

그 결과 대법관 7명의 다수 의견으로 재항고를 기각했다. 이는 자녀가 성년이 돼 양육의무가 종료된 후에도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해 구체적인 청구권으로서 성립하기 전에는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에 대해 소멸시효가 진행할 여지가 없다고 판단한 종전 대법원 판례와 배치되는 것으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해당 판례를 변경하면서 새로운 법리를 선언했다.

대법원은 “자녀가 미성년인 동안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자녀에 대한 과거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는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해 구체적인 청구권의 범위와 내용이 확정되지 않는 이상 그 권리의 성질상 소멸시효가 진행되는 않는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다”며 “자녀가 성년이 돼 양육의무가 종료되면,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해 구체적인 자녀에 대한 과거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의 소멸시효는 자녀가 성년이 된 때부터 진행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춰보면 A씨의 과거 양육비 청구는 아들이 성년에 이른 때부터 10년이 훨씬 지난 후에 이뤄졌으므로,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이미 시효로 소멸했다는 것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이다.

종전 판례 하에서는 과거 양육비에 관한 협의를 요구하거나 심판청구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과거 양육비 청구권을 행사한 경우 그 소멸시효가 진행해 오히려 불리해지는 결과가 발생하기도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종전 판례를 변경함으로써 자녀의 복리와 법적 안정성이라는 소멸시효 제도의 취지 및 구체적 타당성을 적절히 조화시켰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관 5명 반대의견 “자녀 성년 돼도 과거 양육비 청구권 성질 같아”

한편 노정희·김상환·노태악·오경미·신숙희 등 5명의 대법관은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은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미성년 자녀에 대한 과거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는 협의 또는 심판에 의해 구체적인 청구권으로 성립하기 전에는 친족관계에 기해 인정되는 추상적 청구권 내지 법적 지위의 성질을 가지므로, 소멸시효가 진행할 여지가 없다고 본 종전 판례는 타당해 유지돼야 한다”며 “이러한 과거 양육비 청구권의 법적 성질 등은 자녀가 성년이 됐다는 사정만으로 달라진다고 할 수 없으므로, 다수의견 중 자녀가 성년이 된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는 견해에는 찬성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권영준 대법관은 별개 의견을 통해 “과거 양육비 청구권은 협의나 심판 전에도 소멸시효에 걸리는 권리에 해당하고, 그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양육자가 미성년 자녀 부양, 즉 양육에 따른 비용을 지출한 때부터 진행된다고 봐야 한다”며 “협의 또는 심판 전의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가 시효로 소멸했다는 다수의견의 결론에는 입장을 같이하지만, 그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해서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달리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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