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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15위 카카오 경영 '시계제로'…쇄신·신사업 모두 '올스톱'(종합)

최정희 기자I 2024.07.23 17:05:10

23일 창업자 김범수 위원장 구속 현실화
계열사 매각·상장 등 주요 의사결정 중단 우려
연내 AI서비스 출시 밝혔으나 출시 여부 지켜봐야
IT업계 "구속은 과하다…산업 위축 불가피"

[이데일리 최정희 김가은 기자] 한국 벤처 신화를 일군 김범수 카카오(035720) 창업자 겸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되면서 카카오 안팎에선 위기감이 커졌다. 카카오는 올해 본격적으로 콘트롤 타워·내부 통제 강화를 내세우며 경영 전면 쇄신에 나섰지만 제대로 닻을 올리기도 전에 총수 구속이라는 악재를 맞았다.

김 위원장과 함께 CA협의체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정신아 카카오 대표를 중심으로 비핵심 계열사 매각, 인공지능(AI) 등 미래 먹거리 투자, 내부통제 강화 등 내실 경영에 힘쓸 것으로 보이지만 김 위원장 공백 상태에선 경영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IT업계에선 김 위원장 구속은 과도하다며 IT업계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온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계열사 매각·상장에 AI출시, 총수 없이 가능한가 의문

23일 서울남부지법은 작년 초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에스엠(041510)(SM엔터) 인수 과정에서 에스엠 주가 조작 등 시세조종 혐의로 김 위원장에 대해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카카오는 김 위원장 구속에 대해 “현재 상황이 안타까우나 정신아 CA협의체 공동의장을 중심으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간단한 입장만 내놨다.

김 위원장 구속으로 작년 말부터 추진 중인 내부통제 시스템 ‘준법과신뢰위원회’ 발족, 콘트롤 타워 ‘CA협의체’ 설립, 계열사 축소·대표 교체 등 카카오의 경영 쇄신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카카오는 플랫폼 광고·쇼핑 등 본업에 충실하면서도 성장성이 낮고 수익이 저조한 비핵심 계열사 등을 매각해야 한다. 투자한 회사를 상장해 투자 이익도 실현해야 한다.

카카오의 작년 5월 공정거래법상 계열사는 147개사였지만, 18일 현재는 124개사로 축소됐다. 추가로 매각 의사를 밝힌 계열사는 SM엔터의 컬처앤콘텐츠(C&C) 및 키이스트, 카카오게임즈의 카카오VX다. 카카오게임즈(293490)도 매각설이 나오고 있다. 뱅크·페이·게임즈의 쪼개기 상장 논란으로 게임 개발사 라이온하트는 물론 카카오벤처스의 스타트업 투자 후 상장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까지 차질이 빚어지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 공백 상황에서 계열사 매각·상장과 같은 중대한 의사 결정을 제대로 할 수 있을 지에 의문이 생기고 있다.

연내 AI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을 지에 대한 불안감도 커졌다. 카카오는 작년 상반기 한국어 특화 대규모 언어모델(LLM) 코GPT를 발표하려고 했다가 접었고 하반기 코GPT2.0 발표도 접었다. LLM모델보다 AI기술을 실제 서비스에 접목시켜 상용화한 제품을 내놓기로 전략을 바꿨다.

AI투자에는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네이버(NAVER(035420))처럼 생성형AI에 대한 과감한 투자보다는 외부 모델을 도입하는 등 비용 효율화를 추진키로 했다. 그러는 사이 IT업계의 AI전쟁 속에서 카카오는 AI부문에서 뒤처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영전략을 바꾼 지 고작 반년 정도 지난 카카오에겐 하반기는 굉장히 중요한 시기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도 6월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 공개 당시 “상반기는 쇄신을 위한 ‘셋업(Set up)’ 과정이었다면 하반기는 이를 좀 더 공고히 만드는 작업을 할 것 같다”고 설명한 바 있다. 즉, 하반기가 경영 쇄신이 실질적으로 작동할 중요한 시기인데 김 위원장 구속으로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신아 CA협의체 공동의장이 할 수 있는 권한과 역할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깜짝 놀란 IT업계 “AI로 힘 모아야 할 시기인데…”

김범수 위원장의 구속은 IT업계에서도 충격이라는 반응이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 구속된 것은 도주나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판단인데 과도한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김범수 위원장이 도주나 증거인멸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 것은 이해가 안 된다”며 “명확한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범죄자 프레임을 씌워 기업 총수를 구속하는 것이 합당한 처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SW) 업계 관계자는 “AI 모멘텀이 오면서 정부와 IT 기업들 모두 힘을 모아야 할 시기에 총수를 구속하게 되면 산업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특히 카카오 등 플랫폼 업계를 규제하려는 시각이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IT업계에선 김 위원장 구속을 2016년 김정주 넥슨 창업자가 진경준 검사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조사를 받았던 때와 비교하기도 한다. 김 창업자는 구속되지는 않았지만 뇌물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했고 결국 경영을 내려놓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 기업들은 글로벌 플레이어를 생각하면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한국 시장에선 총수 등을 묶어 기업 전체를 경색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벤처 1세대 창업자들이 2세대, 3세대로 연결돼야 하는데 현 상황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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