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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훈 권효중 기자] 강원도 고성에서 시작해 속초·인제·강릉으로 번진 국가 재난급 산불이 발생한 지난 5일,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재난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글들이 잇달아 올라왔다. 특히 산불이 발생한 강원도에 대한 지역 차별적인 조롱뿐 아니라 불길을 막기 위해 투입된 소방관·군인 등에 대한 비하 발언까지 등장해 공분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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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급 산불에 비하·조롱 표현…방심위, 현황 파악 나서
9일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디시인사이드, 워마드 등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이번 산불 사고를 비하하는 게시글이 다수 작성됐다. 해당 커뮤니티의 이용자들은 강원도의 특산물인 감자를 이용해 이번 산불을 희화화하고 있다. 실제 한 이용자는 “지금 강원도 가면 `구운 감자`가 공짜 아니냐”라는 글을 올렸다. 다른 이용자는 “강원도에 불이 나면 구운 감자, 다 끝나면 눈을 감자”라는 비하 발언을 일삼기도 했다. `속초 현 상황`이라는 제목이 붙은 게시글에는 과자인 구운 감자 사진도 있었다.
해당 게시물의 댓글에는 ‘웃기다’는 댓글 반응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한 이용자는 “처음으로 비하 발언을 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심지어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산불 진화를 위해 투입된 소방관과 군인을 비하하는 발언도 있었다. 한 커뮤니티에 `잔불 제거를 위해 모인 장병들`이라는 게시글이 올라오자 한 이용자는 “코리안 워킹홀리데이 갔으면 저런 쓸모있는 거라도 해야지”라고 조롱했다. 다른 이용자는 “고기방패들이 오늘은 밥값하네”라고 비하했다.
또 이용자는 “남자가 소방관이 된다는 것은 대부분 저학력에 지능 낮고 가난하고 다닐 곳은 중소기업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비하했다.
이같은 상황이 이어지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도 강원도 산불 피해 비하·조롱 발언 등에 대한 현황 파악에 나섰다. 한 방심위 관계자는 “강원도 산불 피해와 관련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비하 발언에 대해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파악이 끝나면 커뮤니티 운영자에 시정 요구를 하는 등 관련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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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혐오표현 시정요구만 3900건…강릉펜션 사고땐 경찰수사까지
대형 사고나 참사가 발생했을 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혐오발언이 등장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강릉의 한 펜션에서 수능을 마친 학생들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지거나 다친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피해학생들을 조롱하는 게시물이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실제로 온라인상 혐오표현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방심위가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방심위가 커뮤니티 운영자들에게 온라인상 유해정보(혐오·차별·비하·욕설 등)의 시정을 요청한 건수는 △2015년 1982건 △2016년 3503건 △2017년 상반기 2049건(제4기 위원회 구성 지연으로 하반기 업무 공백) △2018년 3900건이었다.
정부도 혐오 표현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달 20일 종교·법조·학계, 시민사회단체 대표들과 함께 혐오표현 문제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특별추진위원회를 출범했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을 보고 불쾌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그 발언에 대해 맞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한 뒤 “혐오표현을 법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지만 혐오표현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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