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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대표팀의 경기가 열릴 때마다 경기장 주변은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축구는 이란의 최고 인기 스포츠다. 이를 활용한 시위는 시위대의 목소리를 반영하기에 안성맞춤이었던 셈이다.
이란 반정부 시위에 연대하는 축구 팬들도 이목을 끌고 있다. 이들은 반정부 시위 구호인 ‘여성, 생명, 자유’가 적힌 현수막을 게시하거나 마흐사 아미니의 이름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경기장을 찾았다.
이 때문에 친정부 성향의 팬들과 시위대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BBC에 따르면 도하 스타디움 보안요원들이 반정부 정서를 나타내는 티셔츠 및 물품을 압수했다.
이 가운데 이란 대표팀 선수들도 시위 목소리에 호응했다. 이란 대표팀 선수들은 첫 경기 시작 전 국가를 따라 부르지 않았다. 시위에 연대하는 차원에서다. 대표팀의 공격수 사르다르 아즈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시위를 지지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에 미국 축구 대표팀이 불을 붙였다. 미국 대표팀이 SNS에 이슬람 공화국 엠블럼이 없는 이란 국기를 올리면서 갈등을 촉발했다. 이란의 국기가 위로부터 초록색, 흰색, 빨간색 등 삼색 국기로만 표시됐고 가운데 이슬람 공화국 엠블럼을 삭제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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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축구협회는 즉각 반발했다. 이란축구협회가 국제축구연맹(FIFA)에 ‘이란 국기 훼손’에 강하게 항의하자, 미국 대표팀은 문제의 순위표를 삭제하고 다시 이슬람 공화국 엠블럼이 포함된 국기가 표시된 순위표를 업로드했다.
분위기는 SNS 순위표 하나로 일단락될 시점을 지났다. 미국 국무부는 “현장에서 평화롭고 경쟁적인 경기를 기대한다”면서도 “미국은 여성에 대한 국가적 폭력과 평화로운 시위대에 대한 잔인한 진압에 직면한 이란 국민을 지원할 방법을 계속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이란 국영 언론 타스님 뉴스는 “미국 축구대표팀이 공식 계정에 왜곡된 이란 국기 이미지를 게시함으로써 10경기 출전 정지가 적법한 FIFA 헌장을 위반했다”라며 미국 대표팀 퇴출과 10경기 정지를 요구했다.
양국 정부와 언론까지 나서는 정치적 문제로까지 비화한 것이다. 특히 1980년부터 국교가 단절된 두 나라는 축구 말고도 정치적으로 앙숙 관계였기 때문에 오는 30일 치러질 경기는 격전이 될 전망이다.
현재 이란은 1승 1패(승점 3점)로 조 2위에, 미국은 2무(승점 2점)로 3위에 위치해 있다. 양팀 모두 맞대결에서 승리면 16강에 오를 수 있지만 패하면 탈락이 확실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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