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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엘비스 아모로소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장은 공식 투표 종료 후 약 6시간 지난 29일 자정 직후 성명을 통해 “투표함에서 약 80% 개표한 결과 마두로 대통령이 510만표를 얻어 51.2%의 득표율로 440만표(44.2%)를 얻은 중도보수 성향 민주 야권의 에드문도 곤살레스(74) 후보를 앞섰다”고 마두로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시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마두로 대통령은 18년간 장기 집권의 길을 열었다. 2013년 처음 대권을 잡은 마두로 대통령은 내년 1월 10일부터 새로운 임기 6년을 시작할 예정으로 2031년까지 베네수엘라를 이끌게 됐다.
마두로 대통령은 “차베스의 아들”이라며 암으로 숨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좌파 성향 이념을 계승해왔다. 중남미 대표적인 반미(反美)주의자로 최근 수년간 이어진 경제난의 주요 원인을 미국 탓으로 돌리고 있다. 미국의 제재 극복을 통한 경제 활성화, 정유 시설 현대화, 주변국 좌파 정권과의 연대 강화, 가이아나와 분쟁 중인 영토에 대한 자주권 회복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미국 정부는 민주주의 훼손과 인권탄압 등을 이유로 베네수엘라 석유·가스 산업을 중심으로 강력한 경제 제재를 하고 있다.
선거 결과 발표 후 마두로 대통령 지지자들은 대통령궁 밖에 모여 축하콘서트를 열었다. 마두로 대통령은 축하 무대에서 레게 음악에 맞춰 춤을 췄으며, 지지자들에게 “국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승리를 안겨 주셔서 감사하다”며 “이것은 평등이라는 이상에 대한 승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세 당시 베네수엘라가 세계에서 가장 투명한 선거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이번 선거 승리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야권 후보의 낙승을 점친 출구조사와 전혀 다른 선거 결과가 나와 부정선거 의혹이 커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선거분석기관 에디슨리서치의 출구조사에서 곤살레스 후보의 예상 득표율이 65%로 마두로 대통령(31%)보다 배 이상 높았다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야권에선 개표 상황이 실시간으로 공개되지 않았던 데다 선관위가 개표하는 동안 개표 절차 감시를 위한 야당 측 인사들의 CNE 접근을 막고, 더 많은 표가 처리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역 투표소에서 중앙으로 전송되는 데이터를 중단하는 등 선거 부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곤살레스 후보는 “베네수엘라 국민과 세계 전체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고 있다”며 “민의가 존중될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선거 불복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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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를 앞두고서도 부정행위 의혹이 제기됐다. CNN은 인권 기구 라보라토리오 데 파스를 인용해 이번 선거 기간 베네수엘라에서 71명이 임의 구금됐고, 현지 온라인 언론 수십 개가 차단됐다고 전했다. 또 베네수엘라 정부가 해외 거주 자국민 투표와 관련해 거주 요건 강화 등으로 사실상 투표를 방해하는 절차를 마련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야당의 승리를 낙관해온 미국과 주변국은 격한 반응을 보였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선거 당국의 발표가 베네수엘라 국민의 소망이나 투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데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선거 과정의 완전한 투명성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촉구했다.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은 “칠레는 검증할 수 없는 결과는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러시아와 쿠바, 볼리비아 등에서는 마두로 대통령의 당선을 환영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엑스에 올린 글을 통해 마두로 대통령을 ‘형제’로 칭하며 “역사적인 승리를 축하한다”고 밝혔다. 세르게이 멜리크 바그다사로프 주베네수엘라 러시아 대사는 “투명하고 신뢰 있는 선거에서 마두로 대통령의 승리는 국제무대에서 베네수엘라의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루이스 아르세 볼리비아 대통령도 선거 결과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고 베네수엘라와 협력 강화 의지를 내비쳤다.
이처럼 야권 지지자를 중심으로 한 선거 불복 운동이나 주변국의 반발, 주민의 국외 이탈 등 베네수엘라 사회가 혼란에 빠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