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으로 몰려드는 관광객들…커지는 '오버투어리즘' 우려

이선우 기자I 2023.07.04 19:36:54

할슈타트·포트로피노市 사진촬영 금지
파리 루브르 박물관 등 입장객 수 제한
주요 공항 관제인력 부족, 과부하 우려

[이데일리 이선우 기자] 유럽 주요 도시들이 관광객 급증에 따른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전환 이후 맞은 첫 여름휴가 시즌(7~9월)에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도심 건물의 임대료 상승으로 주민들이 도심 외곽으로 쫓겨나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 교통체증과 쓰레기 등 주거환경 훼손으로 관광객의 지역 방문을 반대하는 ‘투어리즘 포비아’도 재현되고 있다.
오스트리아 산악마을 할슈타트 주민들이 관광객 사진촬영을 금지하기 위해 설치한 울타리. (사진=AFP)
◇사진촬영 금지…위반 시 40만원 벌금 부과

오스트리아 산악마을 할슈타트는 지난 5월 주민들이 나서 도로 일부구간에 나무 울타리를 설치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마을 사진을 찍기 위해 몰려든 관광객들로 불편을 느낀 주민들이 직접 나서 사진촬영을 금지하는 울타리를 설치한 것이다. 할슈타트시가 중재에 나서면서 울타리는 1주일 만에 철거됐지만 갈등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알렉산더 슈치 할슈타트시장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곳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현수막이라도 걸고 싶은 심정”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북서부 항구도시 포르토피노는 도심에 사진촬영 금지 구역을 지정하고 위반 시 85~275유로(약 12만~40만원) 벌금을 부과하는 강경책을 내놨다. 도심 중심부의 특정 장소가 인증샷 명소로 알려지면서 차량통행을 방해할 정도로 교통체증 문제가 심각해지면서다. 급기야 포르토피노시는 도심 북쪽 마르티리 델 올리베타 광장과 갈라타 마르코니 부둣가, 남쪽 움베르토 1세 부두와 공중화장실 사이 두 곳을 레드존으로 지정하고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사진촬영을 전면 금지했다.

이탈리아 로마시는 지난 3월부터 고대 로마시대 대표 유적인 판테온 관람을 유료화(1인당 5유로)했다. 이탈리아 정부와 로마시는 그동안 무료로 개방하던 판테온의 시설 유지와 보수를 위해 방문객 수 통제 등 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유료화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최북단 도시 알도 아디제는 공유숙박 시설 증가로 인한 주거시설 임대비 상승을 막기 위해 사유지에서 관광객이 사용할 수 있는 침대 수를 제한했다.

프랑스도 몰려드는 관광객을 통제하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은 올해부터 하루 관람객 수를 4만5000명에서 3만명으로 줄였다. 마르세유 칼랑크 국립공원도 일일 2500명이던 방문객 수를 400명으로 대폭 낮췄다. 노르망디 바위섬 몽셀미셸은 최근 관광객 통제를 위해 유일한 이동수단인 버스 운행을 일시 중단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프랑스 정부는 아예 관광객을 상대로 성수기에 집중된 관광 수요를 분산하고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여행지를 방문하도록 장려하는 캠페인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파리 샤를 드골 국제공항 (사진=연합뉴스)
◇뜨거운 유럽여행 인기… 항공 ‘과부하’ 우려도

유럽 국가와 도시들의 잇딴 통제 조치에도 유럽여행 열풍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전환으로 그동안 억눌렸던 여행 욕구를 해소하려는 ‘보복여행’(revenge tourism) 수요가 여름휴가 시즌을 맞아 유럽으로 몰리고 있다. 늘어나는 수요에 미국발 유럽행 항공권 가격이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호텔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10% 넘게 치솟는 등 성수기 초반부터 가격상승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데모스코피카(Demoskopika)는 올 6월부터 9월까지 이탈리아를 찾는 관광객이 2019년보다 3.7% 늘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회사 알리안츠 파트너도 올 여름 유럽여행에 나서는 미국인이 전년 대비 55%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수백만 명의 미국인과 유럽인이 몰리면서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 남유럽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며 “이번 여름과 가을 중국에서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몰리면서 유럽 국가와 도시들이 기록적인 한해를 맞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럽 주요 공항의 수용능력을 뛰어넘는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항공 운항이 차질을 빚는 등 항공대란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럽 항공·항법관리기관 유로콘트롤은 7월과 8월 약 8주간 유럽 전역에서 3만4000편이 넘는 항공편이 운항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유로콘트롤은 “역대 최대였던 2019년 6월 3만7228편보다 낮은 수치이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관제사 등 관리 인력이 크게 줄고 러시아의 영공 폐쇄로 운항이 지연되거나 갑자기 변경되는 등의 심각한 과부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