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사모펀드, 올해도 투자금 회수 급감…부동산, 힘든 한 해 예상"

김성수 기자I 2023.05.22 17:26:09

PE 엑시트, 2023년에도 급격히 감소할 전망
SVB 파산, 사모펀드·VC시장 밸류에 큰 변화
세컨더리 가격인하 지속…사모대출 ''필수자산''
부동산, 힘든 한해…현금 늘릴 섹터 비중 확대

[이데일리 김성수 기자]글로벌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올해 사모시장 분야별 전망을 22일 밝혔다.

높은 금리수준과 악화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재무제표는 자본시장 유동성을 축소시키고 모든 주요 자산군에 역풍을 불러오고 있다. 또한 사모투자가 더 높은 성과와 수익률 목표 달성을 위한 확실한 방법이라는 기존의 통념을 흔들고 있다.

프랭클린템플턴은 사모펀드(PE)의 경우 거시경제 환경 악화로 투자금 회수(엑시트)가 급감하는 기조가 올해에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세컨더리 시장에서는 더 큰 폭의 가격 인하가 계속될 것이며, 기관투자자(LP)들은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금리상승 여파로 올해가 힘겨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여전히 낙관적 전망을 가능케 하는 근거가 있는 만큼 시장에서 이탈하지 않는 것이 반등 효과를 누릴 핵심요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 PE 엑시트, 2023년에도 급격히 감소할 전망

보고서는 지난 10여년과 비교해 오늘날 사모시장에는 더욱 매력적인 기회가 분명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새로운 환경에서 투자자들이 사모투자에서 성공하기 위해 알아야 할 주된 위험요소와 기회, 포트폴리오에 미칠 영향 등을 사모시장 각 분야별로 제시했다.

우선 사모펀드(PE)에 대해서는 금리가 하락하고 밸류에이션 성장의 호황기가 끝난 2022년에 변곡점을 맞았다고 판단했다. 거시경제 환경 악화로 PE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활동이 급격히 감소했으며, 이런 기조는 2023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2022년 말 투자 대비 회수 비율이 0.4배 미만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한 갑작스러운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은 금융시스템에 큰 충격을 줬으며, 사모펀드 및 벤처캐피탈 시장에서 이뤄지던 기존 밸류에이션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사모펀드들은 2020년과 2021년에 기념비적인 수익률을 기록한 후 포트폴리오 가치를 재평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산업 전반에 걸쳐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즉 높은 유동성에 힘입은 자금조달은 위축될 수밖에 없겠지만, 재무 안정성이 뛰어난 우량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 하락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벤처캐피탈에 대해서는 본격적인 가치 재평가가 이미 진행 중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합의할 만한 적절한 수익률에 도달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암호화폐와 암호화폐 거래소를 둘러싼 부정적 정서가 확산됨에 따라 블록체인 기술과 거리가 먼 스타트업들마저 타격을 입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블록체인 인프라, 스마트 계약시스템, 웹3.0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들과 같이 탈중앙화 트렌드와 밀접하게 연관된 회사들은 언젠가 메타, 넷플릭스 및 아마존 등으로 대표되는 가상화 시대 유망기업들처럼 각광받을 날이 도래할 것으로 전망했다.

◇ SVB 파산, 사모펀드·VC시장 밸류에 큰 변화

세컨더리 시장에 대해서는 3가지 요인에 따라 올 한 해 수요와 공급의 역학관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첫 번째 요인으로는 사모펀드 운용사(GP) 주도의 세컨더리 펀드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꼽았다. GP가 우량기업을 더 오랫동안 보유하기 위해 펀드를 연장하려 해서다.

세컨더리 펀드는 벤처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벤처캐피털이나 엔젤이 보유한 주식(구주)이나 지분을 매입하는 펀드를 말한다. 유동성이 필요한 기존 투자자는 세컨더리 펀드에 지분을 팔아서 투자자금을 회수하고, 세컨더리 펀드는 검증된 기업 지분을 할인된 가격에 매입할 수 있다.

두 번째 요인으로는 세컨더리 시장에서 더 큰 폭의 가격 인하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지난 2021년 1300억달러에 달했던 드라이파우더(미소진 약정액)가 약 1000억달러로 줄고, 가용한 드라이파우더도 1년도 채 남지 않게 되자 매도자가 매수자보다 더 많은 상황이 벌어졌다.

세 번째로는 기관투자자(LP)들은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뽑았다. 공모시장 하락에 따른 ‘분모효과’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또한 많은 LP들은 자금조달이 용이했던 시기에 출자약정을 맺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척박한 엑시트 환경에서 세컨더리 펀드 운용사들은 출자 약정을 위한 새로운 자금모집에 나서거나 보유 포트폴리오 자산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 세컨더리 가격인하 지속…사모대출 ‘필수자산’

사모대출의 경우 채무자와 채권자의 희비가 엇갈렸다고 평가했다. 거시경제 분야의 극적 변화가 채무자에게는 역풍을 가져온 데 반해, 사모대출 운용사로 대표되는 채권자에게는 예기치 않게 순풍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또한 오늘날 사모대출은 이전과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통적 방법의 기업 대출이 차단되는 높은 금리환경과 리스크 오프(안전자산 선호) 시장 환경에서 사모대출이 필수적 투자 자산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존 이바낙 프랭클린템플턴 대체투자 자문역 (사진=프랭클린템플턴)
프랭클린템플턴의 존 이바낙 대체투자 자문역은 “요즘같은 시장상황에서는 상관관계가 낮거나 맞춤형 프로세스 중심 투자, 또는 기업 경영상 중요 이슈에 집중하는 이벤트 드리븐 테마, 그리고 경기침체 및 인플레이션 환경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는 테마 등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통해 최고의 위험 대비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당장이라도 투자할 수 있는 역량을 만들고,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투자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자산을 배분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부동산, 힘든 한해…현금 늘릴 섹터 비중 확대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2023년이 부동산 자산에 있어 힘겨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금리상승이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서다.

하지만 여전히 낙관적 전망을 가능케 하는 근거들이 있는 만큼 시장에서 이탈하지 않는 것이 반등의 효과를 누릴 핵심요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모든 부동산 침체기에는 고유한 역학관계가 존재하지만, 역사적으로 금리가 최소 150베이시스포인트(bp, 1bp=0.01%) 이상 상승한 시기에 이어 부동산 시장은 일반적으로 두 자릿수에 가까운 수익률로 반등했다.

이처럼 상업용 부동산이 다음 사이클로 진입함에 따라 현금 유동성을 늘릴 수 있는 부동산 섹터에 대한 비중을 확대함으로써 위험조정 성과를 개선할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수정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많은 분야에서 주요한 화두로 끊임없이 회자되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스티븐 도버 수석 시장전략가 겸 프랭클린템플턴 연구소 소장 (사진=프랭클린템플턴)
수석 시장전략가이자 프랭클린템플턴 연구소 소장인 스티븐 도버는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향후 10년 이상 사모투자를 촉진시킬 몇 가지 새로운 메가트렌드가 비상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특히 에너지 전환, 식량 혁신, 탈중앙화 등의 3가지 영역에서 가장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메가트렌드는 막대한 양의 자본투자를 요구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사모시장 투자자들에게 경제적,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례없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