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반도 국제정세 변화와 우리 안보법제 개선 방향’ 세미나에서 윤해성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AI·미래정책연구실장)은 변화하는 안보 환경에 맞춘 법제도 정비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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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연구위원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인공지능(AI)·양자컴퓨터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안보위협도 증가하고 있다”며 “여기에 딥페이크, 다크넷 등을 활용한 사이버 위협까지 더해져 전통적 안보 개념으로는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사이버 공간을 통한 이적행위나 안보위협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응체계는 미비하다고 윤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그는 “다크넷을 통한 이적행위나 텔레그램 등을 이용한 점조직화로 인해 추적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증거의 휘발성이 높아 신속한 증거수집과 보존이 필수적이지만, 현행 법체계로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우리나라가 아직 유럽 사이버범죄협약(부다페스트 협약)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협약은 해킹, 불법감청, 온라인 성범죄 등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지원하며, 가입국 간 증거공유도 가능하다. 최근 유엔(UN) 193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채택한 사이버범죄방지협약 가입도 향후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현행 법체계로는 안보범죄 수사와 기소에도 어려움이 크다. 윤 연구위원은 과거 ‘일심회’ 사건을 예로 들며 “디지털 증거의 경우 작성자를 통한 진정성립 증명이 없으면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한다”며 “북한에서 지령을 받은 경우 진정성립이 불가능해 무죄가 선고되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국들은 발빠른 대응…포괄적 법제 정비 필요
반면 주요 선진국들은 새로운 안보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법제를 이미 정비했다. 미국은 별도 전화번호 특정 없이 수사대상자의 모든 통신을 감청할 수 있고, 비밀수색(sneak and peek)도 가능하다. 영국은 국가안보 목적으로 무작위 대상에 대한 ‘벌크영장’ 발부가 가능하며, 독일 헌법수호청은 금융·통신·항공 등 광범위한 정보수집이 허용된다.
윤 연구위원은 개선방안으로 △대공수사권 제도 개선 △한국형 외국대리인등록법 도입 △통신비밀보호법 개정 △디지털 증거 수집·보존 제도 정비 △국가안보기술연구원 설립 등을 제시했다.
특히 형법상 ‘적국’ 개념을 ‘외국 또는 외부세력·단체’로 변경하고, 온라인 수색제도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기본권 보호를 위해 미국의 해외정보감시법원이나 영국의 수사권커미셔너 같은 전문 감독기구 설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윤 연구위원은 “AI, 양자컴퓨터 등 신기술 안보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연구소를 국정원으로 이관하고 연구개발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며 “변화하는 안보환경에 맞춰 법제도도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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