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이뤄진 현대차그룹의 정기 임원 인사는 △세대 교체 강화 △기술인재 등용 기조 유지 △미래 CEO 후보군 확대 지속 등에 초점을 맞추고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선도할 리더를 발탁하는 데 방점을 뒀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005380) 97명, 기아(000270) 38명, 현대모비스(012330) 20명 등 역대 최대 규모인 총 252명의 임원 승진을 단행했다. 지난해 하반기 인사에서 224명의 임원 승진이 이뤄진 것과 비교해도 28명 늘어난 수치다.
직급별로는 사장 7명, 부사장 13명, 전무 35명, 상무 197명 등이 각각 승진했다. 현대차그룹은 48명을 부사장·전무로 승진시켜 미래 최고경영자(CEO) 역할을 수행할 후보군으로 낙점했다. 젊은 임원 발탁 비중도 늘었다. 전체 승진 임원 중 신규선임 임원은 총 197명으로, 이 중 ‘40대’ 비중이 38%에 달한다. 2021년 30%, 2022년 35%에서 점차 늘어나며 세대 교체 속도가 빨라졌다.
◇ 성과주의 따라 확실한 보상…현대차 이동석 사장 승진
현대차그룹 인사의 핵심은 ‘성과주의’다.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높인 데 기여한 이들에게 확실한 보상을 주는 차원에서 인사를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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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토프 사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현대차·기아 글로벌 최고 안전 및 품질책임자(GCSQO)을 맡아 현대차·기아의 차량 개발부터 생산, 판매 이후까지 모든 단계에서의 품질 관리 정책을 총괄하게 된다. 관련 기능을 담당 조직인 글로벌 세이프티&퀄리티 오피스(GSQO) 산하에 두는 조직 개편도 시행한다.
현대차 국내생산담당 겸 안전보건최고책임자인 이동석 부사장도 사장 승진했다. 올해 186만대를 생산하며 ‘최대 생산’ 실적을 갈아치운데다 노동조합과의 교섭도 원만히 해결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 사장은 노조 창립 이래 최초로 5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끌며 생산과 노무관리 양 영역에서 높은 성과를 냈다.
기아는 신임 국내사업본부장에 정원정 유럽권역본부장 전무를 부사장 승진 임명했다. 정 부사장은 그룹 내 ‘유럽 통’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올해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완성차 최대 격전지인 유럽에서 호실적 달성을 이끈 정 부사장을 발탁해 국내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현대카드·현대커머셜 경영관리부문 대표 전병구 부사장 역시 재무건전성 강화와 리스크 관리를 바탕으로 안정적 사업 성장에 기여함에 따라 사장으로 승진했다. 자금시장 위기를 직접 대응·돌파해온 리스크 관리 전문가인 전 사장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미국발 금리 급등으로 대내외 경제 상황이 악화함에도 가계부채 및 조달 리스크를 성공적으로 관리해 올해 현대카드·현대커머셜의 영업이익을 성장시켰다는 평가다.
◇ 경영 불확실성 선제 대응…다양성 확보해 ‘글로벌 기업’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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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형근 현대모비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현대차증권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내정됐다. 그룹 내 대표 재무 전문가를 업황 하락 국면을 맞은 증권사에 전격 배치해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배 사장은 앞서 현대차 기획실장, 현대건설 종합기획실, 인천제철 등 그룹 내 다양한 계열사를 경험했다. 이어 현대모비스에서는 미래 투자를 강화하기 위한 유동성 확보에 주력한 바 있다.
조직문화를 강화하기 위한 신규 영입도 있었다. 현대차 HR본부장으로 김혜인 부사장을 영입하면서다. 김 부사장은 영국 BAT그룹 최고인사책임자(CHRO)이자 경영이사회 멤버를 역임한 글로벌 인사관리 전문가다. 신규 여성 임원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175개국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다국적 임직원이 근무하는 BAT에서 인사, 문화, 다양성을 총괄해 온 인물인 점이 눈에 띈다. 김 부사장은 글로벌 차원에서 현대차의 포용적 조직문화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사제도와 조직문화에 글로벌 스탠다드를 이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임원 인사는 2025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 전략의 달성과 더불어 2030년을 준비하기 위한 리더십 강화를 위한 것”이라며 “그룹의 미래 사업 전환을 위해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인재에 과감한 투자 및 인사를 지속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