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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2차 개각 단행하며 국정쇄신 시동…'문책성' 지적엔 반박(종합)

권오석 기자I 2023.09.13 17:09:13

국방부·문화체육관광부·여성가족부 장관 동시 개각
국방장관 교체 관련 "채상병 사건 고려 안 해"
이주호, 이동관 이어 유인촌까지 'MB계 일색' 비판도
인사청문회도 녹록지 않을 것…야당 총공세 예고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국방부·문화체육관광부·여성가족부 장관을 동시에 교체하며 국정 쇄신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달 22일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한 이후 한 달도 안 돼 추가로 개각을 단행했다. 이번 2차 개각은 장관급 2명·차관급 13명을 바꾼 지난 6월 1차 개각에 비해 숫자는 적지만, 장관급 인사를 3명이나 바꾼 중폭 개각이라 할 수 있다. 이외에도 대통령실은 국방부와 여성가족부 개각과 관련, 최근 일련의 사태들에 따른 ‘문책성 조치’가 아니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반박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방부·문화체육관광부·여성가족부 장관을 교체하는 2차 개각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방 신원식·문체 유인촌·여가 김행 장관 후보자

윤 대통령은 이날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유인촌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보,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지명했다고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날 브리핑에는 세 후보자가 함께 들어와 각각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신 후보자는 육군 중장 출신(육사 37기)으로 국방부 정책기획관, 합동참모본부 합동작전과장·작전본부장·차장 등을 지낸 연합·합동작전 전문가다. 비례대표로 21대 국회에 들어와 현재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 등 안보 위기 속에서 한미 협력에 능통한 인물이 국방부 수장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던 가운데 적임자로 꼽혔다.

신 후보자는 “대내 안보 환경, 여러 도전들이 심각하다”면서 “부족하지만 국민이 편히 지내도록 장관이 되면 소임을 다하겠다. 그리고 군인다운 군인, 군대다운 군대를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연기자 출신인 유 후보자는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역임한 경력이 있어 ‘노련미’를 갖췄다는 평이다. 2011년 장관에서 퇴임한 후에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문화특보를 맡았고, 이후 연극 무대로 돌아갔다가 지난 7월에는 다시 윤 대통령의 문화체육특보로 다시 중용됐다.

유 후보자는 “평생을 현장에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며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의 삶의 질을 어떻게 높일 수 있는가다. 문화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특히 청년 예술가들이나 창조적 일에 종사하는 분들이 끊임없이 국가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는 일에 신경 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전 비대위원은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 전 청와대 대변인과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을 지냈으며 올해 초까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정무·정책적 경험을 두루 경험한 인물로 여성가족부 장관 자리에 어울리는 인사라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김 후보자는 “여성가족부는 윤 대통령이 폐지를 공약한 부서”라면서도 “다양한 업무들이 남아 있고 그 중심에는 생명의 존엄성, 가족의 가치,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기획하고 또 집행하는 유일한 부서”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성가족부의 존속 기간 동안 국민과 소통할 건 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대통령실, ‘국방부 문책성 인사’ 지적에 반박

대통령실은 이번 개각을 두고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등용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였다는 입장이지만, 문책성이라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간 국정운영 발목을 잡아왔던 여러 논란에서 벗어나 분위기를 쇄신하고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의도라는 것이다.

여성가족부의 경우, 지난달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가 파행을 빚은 것에 더해 후속 조치가 부실했다는 책임을 물어 김현숙 현 장관을 교체했다는 추측이 유력하다. 특히 국방부를 두곤,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을 둘러싼 의혹이 윤 대통령으로 향하자 이종섭 현 장관을 ‘꼬리자르기’ 한 게 아니냐는 야당의 비판이 거세다. 이 장관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재진을 만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관련 질문을 받고 “채 상병 사건은 이번 인사에서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자꾸 문책성 인사라고 말을 하는데, (이 장관이 취임한지) 1년 4개월이 됐다. 보통 이 정도면 과거에도 교체했다”면서 “이 장관은 군 장병 사기를 많이 올려주고 방위산업 기틀도 마련해주고 한미연합훈련도 새로 해주고 많은 업무를 해줬다”고 답했다.

다만, 북한과 러시아가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북한이 이에 맞춰 또 다시 미사일 도발에 나서는 등 안보 위협이 지속됨에 따라 윤 대통령은 이 장관의 사표를 당장 수리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해당 관계자는 “안보 공백은 하루라도 있으면 안 되니 (사표를 당장) 수리하지는 않으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에 이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까지 이른바 ‘이명박(MB)계 인사’로 채워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해당 관계자는 “인재를 등용함에 있어, 과거 정부에 한번 몸을 담았다든지 담지 않았다든지는 큰 기준이 아니다”면서 “전문성과 책임성을 가지고 현재 그 자리에서 역사적 소명을 다 할 수 있느냐를 집중적으로 봤다”고 해명했다.

세 후보자는 향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될 예정이나, 인사청문회 과정도 그리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으로 이종섭 장관을 탄핵하겠다고 나선 야당의 공세가 신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까지 이어져 여야의 대격돌이 예상된다. 유 후보자는 과거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의혹을 야당이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질 전망이다. 김 후보자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반대하는 야당의 견제를 받아야 한다.

이번 인사와 관련해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내각을 쇄신하라고 했더니 더 문제 있는 인사들만 끌어모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시대 역행적 반공이념과 공포가 지배하는 나라로 만들려고 하느냐”며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꼬리 자르기 인사, 불통의 오기인사에 반대하며 대한민국이 역행하는 것을 막겠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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