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의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고심 끝에 오늘 본회의에 예산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며 “국회의장이 법정 기한 미준수를 감수하면서까지 미룬 이유는 현재로서는 예산안 처리가 국민에 희망을 주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라고 통보했다. 우 의장은 “정기국회가 끝나는 오는 10일까지는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여야에 당부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수사기관 특별활동비 및 예비비(2조4000억원) 등 삭감만 담은 감액 예산안을 단독 의결했다. 예결위에서 예산안이 야당 단독으로 처리된 사례는 헌정사상 처음이다. 예산은 정부 동의 없이는 증액이 불가하기에 감액안만 담은 예산안을 처리한 것이다.
이미 야당이 단독 의결한 예산안 및 세입예산안 부수법안(세입부수법안)은 처리시한(11월30일)이 지나 본회의에 자동부의된 상태다. 다만 부의된 법안을 본회의에 최종 상정하는 권한을 가진 우 의장이 이날 상정을 보류키로 하면서 여야는 10일까지 협상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정부여당은 야당이 감액예산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어떤 협상에도 나서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날치기 예산 횡포로 인해 민생 등에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은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에 있다”고 힐난했다. 이날 우 의장을 면담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예결위에서 의결된 감액 예산안은 우리가 생각하기에 경제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철회를 당부했다.
반면 야당은 우 의장이 이날 예산안을 상정하지 않은 데 대해 유감을 표현하며 정부는 민생예산 증액에 동의하라고 촉구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정부와 국민의힘이 민생예산 증액에 관심이 없고 특수활동비 사수에만 관심을 쏟고 있는데, 기한을 더 준다고 한들 뭐가 달라질까 의문”이라며 “민생예산 및 미래준비 예산을 관철하기 위해 기한 내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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