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5호선 연장 합의 앞두고 김병수 때린 유정복, 속마음은?

이종일 기자I 2023.11.13 15:28:07

유정복 인천시장 비판 성명, 배경에 관심
5호선 연장 협상 주도권 선점할 의도였나
차기 대선 앞두고 당내 입지 세우려 했나
정치권 '들썩', 인천시 "시민 우려에 표명"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유정복 인천시장이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 노선안을 두고 김포시와 협상을 벌이는 가운데 김병수 김포시장의 서울 편입 추진을 강도 높게 비판해 지역사회 안팎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 수도권매립지 조기 종료와 5호선 노선안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것과 차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들이 나온다.

유정복 인천시장.
13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유 시장은 지난 6일 입장문을 통해 김포시의 서울 편입 추진에 대해 정치 포퓰리즘, 정치쇼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유 시장 급변한 태도, 정치권 “이례적” 평가

그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 포퓰리즘을 내세운다고 했다. 김포시의 서울 편입은 제대로 검토되지 않았고 국민적 공감대가 없다고도 지적했다. 유 시장은 입장문에서 ‘국민의힘’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서울 편입 추진에 나선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같은 당 소속 김병수 김포시장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인들은 국민의힘 소속인 유 시장이 같은 당 김 대표와 김 시장의 정책 추진에 반기를 든 것에 의아했다. 유 시장은 행정관료 출신으로 평소 정치적 이슈를 만들지 않고 민원(지역 현안) 해결과 행정기관 고유업무(건설·문화·복지사업 등), 공약사업에 치중하는 지도자 스타일로 알려졌다. 업무를 처리할 때도 논란거리를 최소화하고 정해진 틀 안에서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균형적인 방식을 선호한다. 특히 시정 추진에 있어 예측 가능한 범주에서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에 공무원들도 업무를 맞추기에 편한 지도자로 분류된다. 경기도지사, 성남시장 때 각종 논란을 만들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는 대비되는 인물이다.

이러한 태도를 가진 유 시장이, 야구에 비유하면 강속구와 같은 입장을 낸 것을 두고 정치권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인천시가 김포시와 5호선 연장 노선안을 협상하는 상황에 김병수 시장의 역점 사업인 서울 편입을 비판한 것은 유 시장이 강력히 견제한다는 점을 시사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시장은 5호선 노선안에서 인천 서구 검단 쪽으로 돌아가는 것을 반대하며 검단 쪽 경유지를 늘리려면 인천시의 보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유 시장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이번에 피력한 셈이다.

김포가 서울로 편입되면 수도권매립지 제4매립장(행정구역상 인천과 김포에 소재) 사용 논의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에 유 시장이 논란을 잠재우려고 엄포를 놨다는 시선도 있다. 수도권매립지 조기 종료를 위한 의도가 깔렸다는 것이다.

유정복 인천시장.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 시장이 존재감을 부각시켰다는 의견도 나왔다. 인천에서는 차기 대권주자로 유 시장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치적 해석 등 의견 분분

국민의힘 소속 A인천시의원은 “유 시장은 여당인 시의회 의장과도 교감 없이 이번 입장문을 발표했다”며 “여당 소속 시장이 여권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비판 성명을 낸 것은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5호선 노선안은 올 연말 합의될 것이고 제4매립장은 김포가 서울로 편입돼도 당장 큰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며 “유 시장이 입장문에서 인천시 행정체제 개편과 비교해 서울 편입을 비판한 것은 자신의 행정능력을 알려 입지를 세우려고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정치적인 해석 없이 김포시의 서울 편입 불가론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인천에서 사회단체 활동을 하는 B씨는 “김포시장 출신인 유 시장이 김포를 잘 알기 때문에 서울 편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본다”며 “행정안전부 장관도 역임하고 행정체제 개편의 전문성을 갖고 있어 이번에 올바른 입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유 시장의 입장문 발표 뒤 온갖 추측이 나왔지만 그렇게 복잡한 배경이 있지 않다”며 “김포시의 서울 편입 이슈가 지속되자 5호선 연장과 제4매립장에 대한 인천시민의 우려가 커져 유 시장이 솔직한 입장을 낸 것일 뿐이다”고 밝혔다.

한편 김병수 시장은 지난 7일 김포지역 주민간담회에서 “(서울 편입이)총선용이냐는데 나는 모른다”며 “내가 선거 나갈 것도 아니고”라고 말했다. 이어 “유 시장이 왈가왈부할 내용이 아니다”며 “(서울 편입이)인천과는 이해관계가 없다. 서울시장과 협의할건데 유 시장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김포와 검단 주민으로 구성된 김포검단시민연대 회원 100여명은 13일 인천시를 방문해 “유 시장이 5호선 연장을 훼방했다”며 항의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