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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약인데 왜 안 낫나 ... 류마티스질환 치료 불응성의 답, 수학 모델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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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용 기자I 2026.08.28 10:2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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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상태 고착·조기 치료 중요성 수학적 제시… 정밀 맞춤치료 이론적 기반 마련

[이데일리 이순용 의학전문기자] 국내 연구진이 같은 치료에도 불구하고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는 난치성 류마티스질환 맞춤형 정밀 치료의 새로운 이론적 기반을 제시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류마티스내과 정성수·전찬홍·정혜민 교수팀이 여러 치료제를 사용해도 잘 호전되지 않는 류마티스질환 치료 불응성의 원인을 단일 염증 경로가 아닌 면역·신경·대사·세포 스트레스 등 여러 생물학적 시스템이 상호작용하면서 몸이 ‘질환 상태’에 정착한 결과로 설명하는 수학적 모델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류마티스 관절염, 루푸스 등 자가면역 류마티스 질환은 최신 생물학적 제제와 표적치료제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환자가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초기 반응 후 재발하는 ‘치료 불응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특히 여러 약제를 순차적으로 사용해도 관해에 도달하지 못하는 ‘난치성(D2T, difficult-to-treat) 류마티스 관절염’은 전 세계 류마티스 전문가들이 직면한 최대 난제 중 하나다. 2021년 유럽류마티스학회(EULAR)가 이 개념을 공식 정의했으나, 이런 환자들이 생기는 이유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는 염증 발생 시 사이토카인을 분비해 타 면역세포에 신호를 전달한다. 과도하게 활성화된 염증성 사이토카인은 관절의 만성 염증과 손상에 관여하므로, 류마티스질환의 기존 치료는 특정 사이토카인이나 면역 경로를 하나씩 차단하는 방식으로 진행 돼왔다. 그러나 실제 임상에서는 염증 수치는 정상인데 통증·피로·기능 저하가 심하거나, 증상은 호전되었는데 염증 지표가 계속 남아 있는 환자가 관찰되었다.

이에 연구팀은 치료 불응성이 특정 염증 경로의 문제가 아닌, 여러 생물학적 시스템이 상호작용 하면서 질병 상태를 유지하는 ‘시스템 수준의 병태’라는 가설을 세웠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인체의 방대한 복잡성을 ▲장 점막·미생물·면역 관용 ▲신경·지방조직·면역세포 ▲세포 대사·스트레스 반응 등 3가지 생물학적 축과 6개의 핵심 변수로 요약한 수학 모델 ‘3축 통합 프레임워크(3-Axis Integrative Framework, 3-AIF)’를 개발했다.

이 세 축의 상호작용을 시뮬레이션 한 결과, 우리 몸의 상태는 ‘건강’과 ‘질환’이라는 두 가지 상태가 아닌, ‘건강 상태’, ‘잠재적·아관해 상태’, ‘만성 활동성 질환 상태’, ‘치료 불응성 상태’ 등 여러 개의 안정 상태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상태는 마치 서로 다른 골짜기처럼 독립적인 안정성을 갖고 있으며, 같은 진단명의 환자라도 환자의 유전적 배경·환경 요인·질환 경과에 따라 서로 다른 상태에 정착하고 치료 반응이 극단적으로 달라진다.

특히 자극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시스템 전체가 ‘건강 상태’에서 ‘질환 상태’로, 자극이 더 강해지면 ‘치료 불응성 상태’로 이동했다. 한 번 질환 상태로 전환된 뒤에는 처음 질환을 유발했던 자극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이전의 건강 상태로 쉽게 되돌아가지 않는 ‘히스테리시스(hysteresis·이력현상)이 일어났다. 이는 이력현상이 발생하기 전 조기 진단 및 치료의 중요성을 뒷받침한다.

주목할 점은 질병 상태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상위 세 가지 파라미터(Parameter)가 모두 ’신경·지방조직·면역세포 축‘에 집중됐다는 것이다. 그중 미주신경을 통한 부교감신경의 염증 조절이 가장 중요한 조절 요소로 나타나, 최근 국제적으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미주신경 기반 신경면역 조절 치료 연구와 방향성이 일치했다.

연구팀은 단일 축 제거 분석을 시행함으로써 전체 모델에서 관찰된 다중안정성과 이력 현상이 축간 결합에서만 발현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류마티스관절염, 루푸스, 강직척추염, 피부근염, 전신경화증 등 5개 질환 환자의 유전자 공개 데이터 6건을 추가 분석한 결과,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혈액과 활막 조직에서 본 모델이 예측한 유전자 패턴이 다른 유전자들보다 뚜렷하게 이상 발현됨을 확인함으로써 모델의 타당성을 검증했다.

정성수 교수는 “이번 연구는 난치성 류마티스질환 환자들의 문제를 개별 유전자나 세포 수준을 넘어 시스템 전체의 관점에서 이해하고자 한 첫 연구다. 난치성 류마티스 질환에서 단일 경로 표적 치료가 한계에 부딪히는 이유와 여러 축을 동시에 조절하는 치료 전략의 필요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치료불응성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를 선별해 장기적인 임상·다중오믹스 데이터를 통해 모델을 검증한다면, 환자마다 어떤 생물학적 축이 치료 불응성을 주도하는지 파악하고 여러 축을 함께 고려하는 정밀 맞춤형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류마티스질환 치료 불응성에 대한 시스템 수준 가설로서의 다중 안정 끌개 역학(Multistable attractor dynamics as a systems level hypothesis for treatment refractoriness in rheumatic disease)‘이라는 제목으로 영국 ’스프링거 네이처‘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npj Systems Biology and Applications‘ 최근 호(2026. Aug. 15)에 게재됐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시스템생물학·수학적 모델링·정량생물학 분야 전문 학술지로, 임상의학자가 시스템 생물학 분야에서 연구 성과를 인정받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의미 있는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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