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사용 300만원 과태료 부과한다더니
또 바뀐 규정…자영업자들 규제대상 목록 공유
종이컵 YES·플라스틱컵 NO·플라스틱 빨대 YES
"친환경 방침 잘 따랐는데 헛수고 된 것 같아"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서울 경복궁역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김모(44)씨는 최근 일회용품 사용 규제와 관련한 정부의 오락가락 지침에 혼란스럽다. 정부가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면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해 플라스틱 빨대보다 비싼 종이 빨대를 무더기 발주했는데, 계도기간 종료를 2주 앞두고 정부 지침이 돌연 철회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일회용품 사용규제를 지키기 위해 준비한 종이 빨대 수백 개가 또 다른 쓰레기가 됐다”고 말했다.
| 일회용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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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1년 만에 완화하면서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애초 정부의 정책에 따라 오는 24일부터 식당·카페 등 식품접객업 매장 내 종이컵·플라스틱컵·플라스틱 빨대 사용 시 최대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환경부는 지난 7일 플라스틱 빨대 사용금지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하고, 종이컵 사용금지는 아예 철회하기로 했다. 매장 내 플라스틱컵 사용 규제는 그대로 유지됐다. 환경부는 종이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2.5배 이상 가격이 높음에도 금방 눅눅해져 음료 맛을 저하시키고, 일회용컵 사용 규제로 다회용컵 세척을 위한 직원을 새로 고용하거나 세척 시설을 별도 설치해야 하는 등 자영업자들의 고충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계속해서 달라지는 방향 탓에 계도기간 종료 이후를 대비해온 자영업자들은 또다시 바뀐 규제를 숙지하는 데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온라인 카페에는 규제대상 일회용품 목록에 대한 큐엔에이(Q&A)글이 공유되기도 했다. ‘뭐가 이렇게 자주 바뀌냐’, ‘단속 공무원들도 헷갈릴 듯’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매장 내 종이컵이 허용되면서 손님들의 요구사항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도 고민거리다. 서울 광화문역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조모(50)씨는 “그동안 테이크아웃 고객에게 따뜻한 음료는 종이컵, 차가운 음료는 플라스틱 컵에 담아 줬다”며 “앞으로 아이스 음료 주문 고객은 따뜻한 음료처럼 종이컵에 내야 할지, 아니면 다회용컵에다 내야 할지 애매하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49)씨는 “일회용품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해 정부 방침을 잘 따라왔는데 헛수고가 된 것 같다”며 “앞으로도 최대한 다회용컵을 사용하고 싶은데 혹시라도 고객들의 불만이 나오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친환경 정책 후퇴의 신호탄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일회용 배달용기 등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줄줄이 남아 있고 그런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시작점이 일회용컵 규제였다”며 “첫 걸음을 떼기도 전에 멈춰버린 것으로, 탄소감축의 흐름과도 완전히 역행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