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국금센터 "주요국 기상 악화, 곡물생산 전망 하향 불가피"

최정희 기자I 2023.07.24 17:29:40

美 옥수수·대두 핵심 생산지, 6월 중순 이후 가뭄
식품 인플레이션, 식량 안보위기로 이어질 수도

(사진=AFP)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국제금융센터는 주요국 기상여건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세계 곡물생산 전망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국금센터가 최근 발간한 ‘주요국 농업기상 악화와 세계 곡물수급 리스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옥수수, 대두 핵심 생산지인 중서부, 일명 ‘콘벨트’라 불리는 지역은 6월 중순 이후 가뭄 상태에 있다. 이달 18일 현재 전체의 58.2%에서 가뭄이 진행되고 있다. 31.8%는 이상건조 상태다. 가뭄과 이상건조를 합하면 90%가 미국 역사상 최악의 가뭄 중 하나였던 2012년 이후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

출처: 국제금융센터
옥수수 생산 지역의 55%, 대두 생산 지역의 50%가 가뭄 영향권에 있다. 이는 2018~2022년 평균치인 18%, 15%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캐나다, 프랑스, 스페인, 인도 중남부 등의 주요 곡물 생산지도 강우량이 부족해 가뭄 또는 매우 건조한 상황이다. 캐나다는 6월말 기준 전 국토의 19.4%가 가뭄이다. 소맥 주요 생산지인 앨버타와 서스캐처원의 가뭄 비율은 59.4%, 29.4%에 달한다. 유럽은 7월초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의 40.1%가 강우량 부족을 겪고 있다. 몬순(우기, 6~9월) 시기인 인도는 북부에는 폭우가, 중부와 남부는 가뭄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이상 기후로 곡물의 품질이 악화되고 있다. 미국 옥수수 상급 품질 비율은 6월 25일 50%에서 7월 16일 57%로 소폭 상승했지만 작년 64%, 예년 평균 65.6%를 큰 폭 하회한다. 대두의 상급 품질 비율도 7월 16일 55%이나 예년 평균(62.4%)보다 낮다.

기상 여건 악화에도 주요 기관들은 올해와 내년 세계 곡물생산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재고도 증가할 것으로 보는 등 아직까진 양호한 전망을 견지하고 있다. 미국 농무부는 7월 전망에서 세계 곡물 생산이 전년비 3.1% 증가하며 사상 처음으로 28억톤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곡물재고 역시 4년 만에 증가세 전환을 전망했다.

국제곡물이사회(IGC)도 6월 보고서에서 세계 곡물 생산이 22억9200만톤으로 역대 최고치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수요가 23억600만톤으로 공급을 넘어 재고는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보고서를 작성한 오정석 국금센터 전문위원은 “세계 곡물생산 전망은 7월 이후 주요국의 기상 여건 호전을 전제로 한다”며 “가뭄이 해소되지 않으면 2012년처럼 생산 전망이 급격히 하향 조정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2012년은 미국에서 최악의 가뭄이 발생한 해로 당시 주요 기관들은 6월까지 양호한 수급 전망을 내놓다가 7월부터 생산 전망을 큰 폭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7~8월은 곡물의 생장에 중요한 시기로 적절한 수분 공급과 온도 유지가 필수적이다. 기상 여건이 개선될 것이란 보도가 나오지만 불확실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오 전문위원은 “주요국 농업기상여건이 개선되지 않아 세계 생산 전망이 대폭 낮아질 경우 러시아의 흑해 곡물 협정 탈퇴와 맞물려 국제 곡물 가격 상승, 식품 인플레이션, 식량 안보 위기가 연쇄적으로 촉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주요 기관들이 생산 전망을 하향 조정할 경우 곡물 가격이 본격적으로 상승 전환할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

이어 “올리브오일, 코코아, 원당 등 일부 농산물 가격이 이미 고공행진을 하는 가운데 국제곡물 가격와 이와 연관된 축산물, 유제품 가격이 동시에 상승하면 식품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될 수 있다”며 “식량 안보가 하반기 당면 현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에 대비해 충분한 재고 확보, 관리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