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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이하 ‘박종철기념사업회’) 측은 ‘설강화’ 논란과 관련해 직접 입을 열었다. 박종철기념사업회 관계자는 20일 이데일리에 “현재로선 논란을 인지한 뒤 작품을 면밀히 시청하며 역사왜곡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며 “아직 공식입장이나 성명을 낼 계획은 없다. 꼼꼼히 시청해서 판단한 뒤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기념사업회 측도 ‘설강화’의 역사왜곡 우려 논란이 지난 3월부터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논란으로 인해 편성이 잠정 중단될 줄 알았으나 최근 방영 소식을 듣고 사업회 측도 놀랐다고 덧붙였다.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무조건 당시의 역사를 거론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그 당시의 역사를 왜곡하면 안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JTBC ‘설강화’ 제작진 측이 드라마 제작과 관련해 기념사업회 쪽에 사전에 자문을 구하거나 연락을 한 적이 있냐는 질문엔 “저희 쪽이 따로 연락받은 적은 없다”고 답했다.
‘설강화’ 사태를 계기로 제작자들이 역사를 작품의 소재로 활용하는 것에 대한 책임의식을 다졌으면 좋겠다고도 강조했다.
박종철기념사업회 관계자는 “역사적인 소재를 배경으로 활용을 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다만 이를 단순히 ‘이는 픽션으로 실제 사건, 인물과는 무관한 허구입니다’란 자막 한 줄의 해명으로 대체하기에 역사가 지닌 아픔의 무게를 감당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중함과 책임의식을 갖고 계신 분들이 역사를 소재로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제작하고 난 뒤에 돌아올 책임들을 제작자들 스스로가 오롯이 지고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도 덧붙였다.
JTBC 측에 대해선 “제작진은 현재 특정 역사를 폄훼할 의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달리 말하면 받아들이는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비춰지고 전달되고 해석될지에 대한 책임을 따로 지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여겨진다”며 “아픈 역사로 고통받은, 고통받고 있는 사건에 대해선 특히나 함부로 대해선 안된다. 모든 제작자들이 이를 무겁게 직시해 작업에 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앞서 지난 18일, 19일 방송된 JTBC ‘설강화’ 1~2회에서는 북에서 받은 임무를 수행하다 안기부에 쫓겨 호수여대 기숙사로 피신한 수호(정해인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수호는 그곳에서 영로(지수 분)를 만났고, 영로와 207호 학생들은 수호를 대학원생으로 오해해 안기부로부터 숨기고 치료해주는 장면이 이어졌다.
‘설강화’는 독재정권 시절인 1987년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이다. 방영 전인 지난 3월 남파 간첩과 민주화 운동을 하는 여학생의 사랑을 담은 시놉시스 내용이 알려지면서 거센 비난과 우려를 받아왔다. 일각에선 해당 드라마가 한국의 민주주의를 폄훼하고 독재정권을 정당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JTBC 측은 “‘설강화’는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안기부와 간첩을 미화하는 드라마가 결코 아니다”며 “80년대 군사정권을 배경으로 남북 대치 상황에서의 대선정국을 풍자하는 블랙코미디이자 그 회오리 속에 희생되는 청춘 남녀들의 멜로 드라마”라고 해명했지만, 첫방송 후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더 커지고 있다.
‘설강화’의 방영 중지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글 동의자 수가 20만 명을 훌쩍 넘고, 시청자들의 항의에 제작 협찬사들도 광고 협찬을 철회하면서 방송 2회 만에 폐지 수순을 걸었던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 사태가 또 한 번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