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한 아파트에 사는 A씨는 2020년 12월 동 현관문을 열고 나서다가 미끄러지며 넘어졌다. 최근 내린 눈이 녹았다가 언 자리를 밟았다가 낙상을 당했다. 이 사고로 무릎 연골을 크게 다쳤다. 이 사고는 A씨가 잘못해서 발생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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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빙판길 안전·교통사고는 관리 주체 유무와 관리 정도, 그리고 당사자가 얼마나 주의를 기울였는지에 따라 책임이 갈릴 수 있다.
공동주택 내에서 발생한 낙상이나 접촉사고가 대표적이다. 예컨대 아파트는 입주자대표회의는 공동주택 안전관리의무를 지고, 이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관리사무소도 공동 의무를 가진다. 여기에 소홀하면 책임이 뒤따른다. 앞서 A씨 사고가 해당한다. 민사소송으로 번진 이 사건에서, 법원은 입주자대표회의가 A씨에게 21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식당에서 낙상한 B씨도 마찬가지 사례다. 2020년 11월 하순 경기 한 식당 출입구의 결빙 바닥을 지나가다 당한 사고였다. 식당주인은 출입구 안전 관리를 허투루 한 데 책임으로 B씨에게 700만원 가까이 배상했다. 2020년 1월 세차장에서 세차하다가 얼음을 밟고 넘어져 다친 C씨도 업체에서 치료비 명목으로 배상을 받았다.
앞서 세 가지 사례의 공통점은 사고가 발생한 장소를 관리하는 주체가 있었는지다. 다만 이 과정에서 관리 의무를 어디까지 했는지는 면책을 가르는 변수일 수 있다.
D씨가 당한 사고는 참고할 만하다. 그는 2021년 12월 오토바이를 타고 공사현장 주변을 지나다가 넘어졌다. 조사해보니, 현장에서 먼지를 줄이려고 뿌린 물이 주변 도로로 흘러갔고, 기온이 내려가면서 얼어붙었는데, D씨가 마침 여길 지나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다.
법정다툼까지 갔지만 D씨 패소였다. 공사 업체 측이 현장에 ‘결빙 구간’ ‘안전 운행’ 등 주의를 환기하는 경고문을 부착했기에 안전관리 의무를 한 것으로 봤다.
앞서 A씨네 아파트는 달랐다. 관리사무소는 공동현관 바닥이 결빙되지 않도록 예비하고, 여의찮으면 보행 주의 등 안내문으로 경고할 여지가 있었다. 당일 이런 조처가 이뤄지지 않았다. B와 C씨네 식당과 세차장도 마찬가지였다.
눈길 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에서 국가 책임은 인정될까. 법원은 이를 인정하는 데에 소극적인 편이다. ‘눈은 자연 현상이라서 완벽히 대처하기 불가능하다. 방법은 제설작업밖에 없는데 일반 도로 안전성을 전부 확보하기 여의찮다. 개개인 스스로가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한다.
물론 일부 정부 책임이 인정되는 사례도 있지만 책임 비율이 낮은 편이다. 전국 도로의 모든 빙판을 일거에 제거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사실 같은 지역에서 모두가 사고를 당하는 것도 아니니, 사고는 개별적으로 발생하곤 한다. 개별적인 사안에 정부 책임을 일괄적으로 인정하는 것도 불합리한 측면이다.
그러나 모두에게 공통으로 발생한 것이라면 상황이 다르다. 2004년 3월 폭설로 호남고속도로에 고립된 244명이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것은 사례다. 예기치 못한 폭설이 내린 것은 사실이지만 수많은 이가 고립돼 피해를 입기 전까지 공사의 대응 조처가 미흡했다고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