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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카드론 약정만기를 길게 해 DSR 규제를 회피하려는 움직임을 우려해 추가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규제를 악용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어 고민”이라며 “카드론 약정만기에 캡(제한)을 씌우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10·26 가계부채 대책에서 ‘차주단위 DSR’ 산정 때 카드론을 포함했다. 풍선효과로 급증하는 2금융권 가계대출을 관리하기 위해서다. 당국은 DSR을 계산할 때 카드론 만기를 대출 계약서상의 약정만기를 기준으로 한다고 했다. 2금융권의 강화된 차주단위 DSR 비율은 50%다.
문제는 카드론 약정만기를 길게 하면 같은 조건에서 대출 한도가 늘어난다는 점이다. 만기가 길어질수록 DSR 분자에 들어가는 총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줄기 때문이다. DSR 규제는 총부채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차주의 연소득 일정 비율로 제한하는 규정이다.
가령 연소득 4000만원 A씨가 주택담보대출 1억8000만원(연리 2.5%, 30년만기, 원금균등상환, 비규제지역 소재)과 신용대출 2500만원(연리 3.0%, 만기일시상환)을 보유하고 있을 때 추가로 카드론 800만원(연리 13%, 만기2년, 원금균등상환)을 신청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A씨는 총대출이 2억원을 넘어 내년부터 차주 단위 DSR규제 50%가 적용된다. 따라서 A씨는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2000만원(4000만원X50%)이내로 대출이 제한된다. 기존 주담대와 신용대출의 각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1043만원과 575만원이기 때문에 카드론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382만원(2000만원-1043만원-575만원)이 될 때까지만 카드론이 된다.
이때 금리 연 13% 카드론이면 만기 2년일 때 대출금이 636만원이 되는 반면, 만기 3년이면 대출금이 800만원으로 늘어난다. 반면 만기를 1년으로 하면 대출금은 357만원으로 준다. 현재 카드론은 만기가 길어야 3년이고 대부분은 2년 상품이다. 중도상환까지 감안하면 실제 평균 만기는 8개월이다. 다만 일부 회사는 만기 5년짜리 카드론도 내놓고 있다. 카드론 만기를 얼마 이내로 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금융권에서 만기를 길게 가져가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며 “관련 우려를 협회에 이미 전달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날 대책 발표 때 “카드론 차주단위DSR 적용시 산정만기는 실제 대출계약서상의 약정만기를 기준으로 정책적 요소를 고려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해, 추가 규제 가능성을 열어놓기도 했다.
카드론 외 DSR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다른 대출 만기를 길게 할 우려는 없을까. 당국은 카드론 외 신용대출 등에는 약정만기가 아니라 DSR계산 때 일률적으로 별도의 ‘산정만기’를 적용하고 있다. 내년 1월부터는 신용대출은 5년, 비주택담보대출은 8년으로 했다. 실제 약정만기를 DSR산정 때 사용하는 주택담보대출은 30년 만기 상품이 사실상의 표준이라 추가 장기 상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지 않다는 게 당국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