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은 지난 20일 서체 관련 전문가 3인과 함께 현지조사를 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조선은행이 1918년 발간한 ‘조선과 만주의 경제 개요’(Economic outlines of Chosen and Manchuria)를 제시하며 이토 히로부미가 해당 글씨를 썼다고 주장하면서 진행됐다.
문화재청은 사실 확인을 위해 일본 하마마츠시 시립중앙도서관 홈페이지에 있는 이토 히로부미 붓글씨와 해당 자료 등을 검토했다. 조사 결과 정초석에 새겨진 ‘定礎 ’ 두 글자는 이토 히로부미의 묵적(먹으로 쓴 글씨)과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비스듬하게 내려쓴 획 등 이토 히로부미의 글씨에서 나타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그의 글씨임이 확인됐다.
친필 여부 확인과 함께 글씨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떨어져 있어야 하는 획 사이가 붙어 있고, 붓 지나간 자리에 비백(빗자루로 쓴 자리같이 보이는 서체)를 살리지 못하는 등 정교함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또 정초석의 정초 일자와 이등박문 이름을 지우고 새로 새긴 ‘융희(隆熙) 3년 7월 11일’(1909.7.11.) 글씨가 이승만 대통령의 필치로 보인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확한 기록은 없는 상태다. 해방 이후 일본 잔재를 없애고 민족적 정기를 나타내기 위해 이승만 전 대통령이 써서 석공이 새긴 것이라 문화재청은 추정했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확인된 정초석 글씨에 대한 고증결과를 서울시(중구청)와 한국은행에 통보할 예정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내부 검토 후 정초석 글씨에 대한 안내판 설치나 ‘정초’ 글 삭제 등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하면 문화재청은 관계전문가 등 다양한 의견수렴과 문화재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종합적으로 관리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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