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손’과 ‘배트맨’ ‘찰리와 초콜릿 공장’ 등 판타지 영화로 세계적인 사랑을 받아온 팀 버튼 감독이 10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오는 30일부터 9월 12일까지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배움터 지하2층 디자인전시관에서 열리는 ‘팀 버튼 특별전 THE WORLD OF TIM BURTON’ 서울전을 위해서다. 50여년에 걸쳐 독특한 스타일을 구축한 팀 버튼의 예술 세계를 회화, 드로잉, 사진, 영상, 미디어아트 등으로 보여준다.
29일 DDP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팀 버튼 감독은 “10년 만에 서울로 다시 오게 돼서 정말 기쁘다”며 “집에 온 듯한 편안함도 느껴진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전시를 보고 어떤 형태로든 본인의 창의력을 발휘했으면 좋겠다”며 “특히 어린 아이들의 창의성 발전에 내 전시가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
버튼 감독은 판타지, 코미디, 호러가 뒤섞인 이른바 버트네스크(Burtonesque, 버튼 양식)를 대표하는 캐릭터들로 사랑받아 왔다. 가위손(1990), 크리스마스 악몽(1993),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 유령 신부(2005),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0), 빅 아이즈(2014) 등의 작품은 팀 버튼을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작품 속 기괴하고 몽환적인 인물들은 어린아이뿐 아니라 어른들까지 사로잡았다.
“어른이 되기는 했지만 어린 아이가 가지고 있을 법한 창의력을 가지고 가는게 중요하다. 어렸을 때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새롭고 보는 시각이 다르지 않나. 이런 특별한 감정을 커가면서도 계속해서 가지고 가야한다. 실제 자신의 나이와 상관없이 어릴 때 느꼈던 감정 그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셧다운이 되고 고립된 생활을 이어갔지만 버튼 감독에게는 오히려 바빠서 못했던 걸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버튼 감독이 코로나19 상황에서 그린 드로잉 작품도 전시해놓았다. 버튼 감독은 “항상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외로움을 느끼며 살아와서 특별히 고립됐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며 “대신 창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면서 예전과 다른 느낌의 시간에서 살았다”고 돌아봤다.
코로나 이후 영화산업이 더욱 쇠퇴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그래도 극장을 찾는 이들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코로나 초기에도 우리 영화산업은 변화가 감지됐다. 이미 스트리밍 서비스 시작되고 있는 와중에 코로나가 발발했고 그 변화의 속도가 더욱 빨라졌을 뿐이다. 스트리밍은 강력한 시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관을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여전히 있을 거라 믿는다.”
|
한 도시에서 한 번 이상 전시를 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그가 서울을 다시 찾게 된 데에는 우연히 찾은 광장시장에서 먹은 부침개 맛과 시장 사람들의 따뜻한 인정 등 서울에 대한 좋은 기억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고 한다. 존경하는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유작인 DDP에서 꼭 한번 전시를 열고 싶었던 것도 한몫했다. 버튼 감독은 “어떤 장소에서 개최하는지에 따라 전시의 느낌이 달라진다”며 “마치 우주선 안을 떠돌며 감상하는 느낌을 주도록 전시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2012년 ‘팀 버튼 프로덕션’과 ‘뉴욕 현대 미술관(MoMA)’이 공동으로 기획했던 ‘팀 버튼 전’은 뉴욕, 멜버른, 토론토, 로스앤젤레스, 파리, 서울을 순회하며 연일 매진행렬을 이어간 바 있다. 지난 전시에서 시기별로 팀 버튼의 세계를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유머와 공포’ ‘영화 속 주인공’ 등 테마별로 구성했다.
브랜디 폼프렛 총괄 큐레이터는 “어디서부터 팀 버튼의 창작이 시작됐고 어떻게 작품을 만들었는지 과정을 보여주려고 했다”며 “관객도 그의 생각을 따라 전시를 관람하다보면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관람팁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