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는 2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 주최로 열린 ‘2022 블록체인 세미나’를 통해 “오늘은 국감에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업계 입장에서 하고자 한다”며 “지금은 어떤 시각으로 시장을 바라보고 규제를 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아주 절박한 시기”라며 이같이 말했다.
두나무는 국내 최대 회원수를 보유한 가상자산거래소인 업비트를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자산총액이 10조8225억원을 기록하면서, 두나무는 공정거래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난 4월에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됐다. 지난해 매출은 3조7046억원(이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3조20714억원, 당기순이익은 2조2041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996%, 3677%, 4598% 증가한 규모다.
이석우 대표는 내달 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국감에서는 가상자산 시장 이슈를 비롯해 가상자산거래소의 투자자 보호 책임과 루나·테라 폭락 사태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 등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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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출석을 앞두고 이 대표는 정부가 코인을 투기로 보고 과열을 식히는 데만 집중하면서 규제가 이어진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모든 권리와 자산은 디지털화·토큰화 되고 있고 (이것들이) 국경 없이 실시간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이같은 산업을 계속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면 한치도 앞으로 못 나간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대표는 “플랫폼만 잘 만들어지면 세계 모든 코인이 한국을 거쳐서 거래될 수 있다”며 “두나무는 하루에 42조원 규모의 거래가 일어나도 감당할 수 있는 기술이 있고 정말 잘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최근 정부와 국회에서 논의 중인 디지털자산 규제와 관련해서는 ‘세분화된 토큰 분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회에는 14건의 디지털자산 규제법이 계류돼 있다. 대부분 코인을 증권으로 보고 자본시장법에서 규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대표는 “7월 기준 현재 전 세계에서 거래되고 있는 코인이 2만여종이 넘는다”며 “성격과 쓰임이 다 다른데 이것들을 다 똑같이 하나로 취급하는 건 지적 나태”고 비판했다.
실제 미국이나 유럽의 규제당국도 토큰을 3~4가지 종류로 구분해 규제를 달리 하고 있다. △증권이나 채권을 토큰화 하면 ‘증권형’ △결제에 쓰면 ‘지급결제형’ △싸이월드 도토리나 게임 아이템처럼 서비스에서 쓰면 ‘유틸리티형’ △이더리움 같이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이 되면 ‘플랫폼형’(네트워크형)으로 나뉜다.
이 대표는 “증권형은 자본시장법으로 규제하면 되고, 지급결제형은 지급결제에 관한 여러 법 내에서 규제하면 된다”며 “네트워크형과 유틸리티형 토큰은 급격하게 성장하고 변화하는 분야여서 지켜보면서 자율 규제에 맡기는 것이 낫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사업자 스스로 ‘자율규제’를 하는 방안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자율규제는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는 시각에 대해 “블록체인 업계는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다하고,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고 있어 스스로 자율규제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이라고 반론을 폈다. 이어 “블록체인 전문성은 업계가 정부보다 더 있다”며 자율규제 실효성을 언급했다.
그는 가상자산 정책 관련해 “블록체인 업체들이 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명확히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미국에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이것만 지키면 다른 것은 허용해 처벌하지 않는 ‘세이프 하버(Safe Harbor) 법’이 각 분야에 많다”며 “우리나라도 블록체인 기업에 투명성, 보안성, 투자자 보호 관련 기준을 제시하고, 그것만 따르면 안심하고 사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