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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빠지는 속도가 장난 아닙니다"

김세형 기자I 2014.12.10 17:43:57

제일모직 청약 첫날 6조 몰려..삼성SDS 확 제쳐
두 시간 만에 2조 돌파..비인수단 증권사 자금이체에 홍역

[이데일리 김세형 기자]“이제 시작이예요. 삼성SDS보다 경쟁률이 4배 정도 나올듯해요. 과장이 아니라 현실입니다. 우리 같은 중소형 증권사 돈 나가는 속도가 장난 아녀요”(인수단에 포함되지 않은 C증권사 A과장)

명불허전이었다. 삼성그룹 내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위치한 제일모직 공모주 청약 첫날인 10일. 청약 업무를 하는 증권사 직원들이 바쁜 것은 차치하고, 인수단에 끼이지 못한 증권사들 조차 자금 이체에 홍역을 앓아야 했다.

대개 주식 좀 한다는 이들은 대부분 여러 증권사에 계좌를 갖고 있기 마련이다. 물론 공모주 청약을 받기 위해서 여러 증권사에 계좌를 갖는 것도 필요하다.

이날 업무를 보기에 앞서 매장 준비를 미처 끝내기도 전에 투자자들이 들어왔다. 돈이 된다고 보는데 이왕이면 그나마 한산한 첫날 오전이 업무를 보기에 좋은 시각이었던 탓이다.

청약 시작 두 시간이 지난 오전 11시 경쟁률이 16대 1을 기록, 청약증거금으로 2조5000억원 가까운 돈이 예치됐다. 두 시간만에 삼성SDS의 첫날 청약증거금(2조3535억원)을 돌파했다. 오후 들어서는 속도가 더욱 올라가 첫날 경쟁률 38.8대 1, 청약증거금은 6조원에 달했다.

최대 한도까지 풀베팅하는 투자자들을 찾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대우증권의 경우 개인은 최대 21만주까지 청약을 할 수 있다. 이는 55억원이 있어야 가능하다.

객장에서 만난 인수단 증권사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 측에서 공모가를 산정하면서 굳이 이전처럼 콧대를 세우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이것이 오히려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기는 요인”이라고 해석했다. 오너가 3세 회사라는 점 외에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 발행 논란이 있었던 점을 의식해 그룹 측에서 공모가 산정시 무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무조건 이익이 난다고 보기 때문에 풀베팅하는 이들이 있다”고 귀뜸했다.

이에 A과장처럼 이번에 인수단에 끼이지 않은 증권사 직원들의 속이 탄 것은 당연했다. A과장은 “예상했던 대로 제일모직이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 셈”이라며 “돈이 이체되면서 타격이 상당하다”고 하소연했다.

인수단 증권사 직원들은 직접 찾아오는 고객들로 지점이 붐비지는 않았으나 자연 손가락을 놀릴 틈이 없었다. 정은영 대우증권 PB클래스갤러리아센터 PB는 “오늘 저만 해도 100억원은 넘게 청약증거금을 받았다”며 “일반점포는 하루종일 제일모직에만 매달려 있었다”고 전했다.

홍용철 우리투자증권 여의도지점장은 “주변에서 삼성SDS에서 수익이 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는 고객들이 많다”며 특히 “둘째날은 이전 공모주 청약에 들어갔던 자금들까지 환불이 이뤄지면서 본격적으로 투자자들이 몰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삼성SDS 공모가 끝난 뒤 공모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확산됐고, 그 여파가 이번 제일모직 청약까지 연장되는 분위기”라며 “일반적으로 청약 마지막날 자금이 몰리는 걸 감안할때 더 바쁜 날이 될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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