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이 5개월 만에 언론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21일 부산 해운대구 송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9개국 해저통신망 운용 통합관제센터(APG NOC)’ 개소식에서다.
그는 “기가인터넷을 전국에 다 깔았다. 지난주 영국 GSMA(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 회의에서 얘기하니 1위에서 25위 통신사업자들이 다 놀라워하더라. 회의석상에서 의장이 마이크를 끈 뒤 한국의 이런 기술을 벤치마크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날 황 회장의 얼굴은 자신감으로 빛났다. 한국, 중국, 일본, 대만, 홍콩,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의 해저통신망에 대한 선장 역할을 맡게 된 이유에서다. 황 회장은 이 자리에서 “(통합관제센터는) 단순히 6000억원 짜리 사업을 따온 게 아니라, 세계 제일의 대용량 해저케이블이고, 우리가 다 할당해 대한민국이 IT의 주도권을 쥔다는 게 의미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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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최근 1Gbps(초당 기가비트) 인터넷을 전국 동시로 상용화해 초고속인터넷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2006년 상용화한 100Mbps보다 10배 빠른 속도를 구현해 개인의 삶과 사회뿐 아니라 교육, 의료, 교통, 에너지, 안전같은 공공서비스의 질도 개선할 계기를 만들었다. 황 회장은 “기가토피아를 향한 서곡이며 다양한 미래 먹거리가 생겨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임자도, 백령도 등에도 모든 인프라를 동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그간 개인정보 유출사건, 위성 불법 매각 사건 등으로 심한 고통을 받기도 했다. 8300여 명의 직원이 구조조정되는 아픔도 겪었다.
어려움 속에서 찾은 해법은 국민기업으로서의 ‘정공법’이다. 통신회사이니 기본은 통신이고, 대한민국 기간망을 책임지니 사기업과 다르다는 것이다.
황 회장은 “KT는 국민기업이라는 것 때문에 모든 채널에서 국민과 고객이 최우선”이라면서 “통신사는 연구개발(R&D)에 투자해 좋은 인프라와 이에 상응하는 콘텐츠, 소프트웨어, 미디어 등을 개발해야 하는데 보조금 전쟁을 하고 있더라”고 평했다. 또 “기가스피드로 빠른 네트워크를 깔아 중소벤처들이 들어와 독일 미국 일본이 상상 못하는 콘텐츠 게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고 자부했다.
앞으로는 직원 소통에 기반을 둔 통신비즈니스의 혁신에 더 관심을 둘 예정이다.
그는 “반도체에 있을 때부터 외부 약속이 없으면 직원들 10명 정도 모아 밥을 먹었는데 KT 와서 500명이랑 했다”면서 “다 만나기는 쉽지 않으니 할 수 없이 이메일을 쓴다”고 전했다.
가입자가 8억 명인 차이나모바일 등과의 경쟁 관계를 언급하면서 “기술을 주도해 비용을 줄이는 혁신으로 ‘통신판 황의 법칙’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