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저감에 포집기술까지 개발·반도체 용수 재사용…삼성의 과제는

최영지 기자I 2022.09.15 16:44:57

직·간접 탄소배출 제로화 이어 자원순환 극대화 목표
반도체 생산과정서 오염물질 저감·배출탄소 포집
"세계 최대 ICT기업의 글로벌 흐름 동참, 긍정적"
재생에너지 확보는 과제…"구매뿐 아니라 확대 나설 것"

[이데일리 최영지 김상윤 이다원 기자] 삼성전자가 15일 초저전력 반도체·제품 개발 등 혁신기술을 통해 전 세계적 기후위기 극복에 동참하고 오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내용의 ‘신(新)환경경영전략’을 발표했다. 세계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제조기업으로서 반도체 생산 등 주력사업을 영위함에 있어 탄소배출이 불가피함에도 경영 패러다임을 친환경 경영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밸류체인(기업활동에서 부가가치가 생성되는 과정) 전반에서 친환경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청사진에 업계와 학계, 환경단체 등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15일 신환경경영전략을 선언했다. (영상=삼성전자)
◇재활용 소재로 제품생산·폐기할 때도 추출…반도체 용수 재사용

삼성전자(005930)는 15일 직·간접 탄소배출 제로화를 위해 초저전력·탄소포집 기술 개발·자원 재활용 등을 골자로 하는 신환경경영전략을 내놨다. 2050년 직·간접(Scope1·2) 탄소 순배출을 제로화하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가 배출한 탄소량은 1700여만톤(t)으로 추산되는데 삼성전자가 탄소중립을 선언하면 그만큼의 탄소배출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공정가스 저감, 폐전자제품 수거 및 재활용, 수자원 보존, 오염물질 최소화 등 환경경영 과제를 선정하고 2030년까지 총 7조원 이상을 투자한다. 이는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에 필요한 비용을 제외한 수치다.

▲삼성전자가 15일 ‘新환경경영전략’을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1월 삼성전자 DX부문장 한종희 부회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미래를 위한 동행’을 주제로 CES 2022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재생에너지 사용뿐 아니라 원료를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폐기·재활용까지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전자제품의 모든 주기에 걸쳐 자원순환성을 극대화하겠다는 데에 탄소중립 달성 의지가 돋보인다. 재활용 소재로 전자제품을 만들고 다 쓴 제품을 수거해 자원을 추출한 뒤 다시 이를 제품의 재료로 사용하는 ‘자원 순환 체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폐배터리의 경우 2030년까지 삼성전자가 수거한 모든 폐배터리에서 광물을 추출해 재활용하는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자원순환 극대화를 위해 소재 재활용 기술과 제품 적용을 연구하는 조직인 순환경제연구소를 설립했다.

이어 사업장의 자원순환성 강화를 위해 수자원 순환 활용 극대화에 나선다. 특히 주력하는 반도체 사업의 경우, 생산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물이 향후 더 많이 사용될 것으로 예측되지만 용수 재이용을 통해 하루 취수 필요량을 2021년 수준으로 동결한다. 또 반도체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대기 및 수질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오염물질 저감기술을 적용한다. 이를 통해 2040년부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는 자연상태로 처리해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반도체 생산현장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저장하고 이를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기술도 개발할 계획이다. 지난해 9월 종합기술원 내 탄소포집연구소를 반도체 업계 최초로 설립해 2030년 이후 반도체 제조시설에 적용, 전사와 협력사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밸류체인 전 과정에서 친환경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에 업계에서는 호평을 내놨다. 환경운동연합은 “국내 최대 기업이자 전력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삼성전자가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100% 전환이라는 글로벌 흐름에 동참하겠다는 이번 선언은 긍정적”이라고 했다.

네덜란드 연기금 운용사 APG의 박유경 아태지역 책임투자 총괄이사는 삼성전자는 그간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명확하게 선언하지 않고 계속해서 미뤄왔다”면서도 “이번 선언은 한국 정부의 기후 관련 공약이 후퇴하는 듯 보이는 현시점에 나왔다는 데서 의미가 크다”도 했다. APG는 올해 초 삼성전자를 포함한 국내 대기업 10곳에 탄소 배출 감축 등 기후 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낸 바 있다.

▲삼성전자가 15일 ‘新환경경영전략’을 발표했다. 사진은 삼성전자 직원이 화성 사업장 ‘그린센터(폐수처리시설)’에서 정화시킨 물로 조성한 연못에서 손을 적시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韓 재생에너지 대부분, 삼성 반도체공장서 쓸 것…기업·정부 협력해야”

삼성전자의 RE100 합류로 국내 재생에너지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재생에너지 확보를 위해 기업뿐 아니라 정부 정책 마련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현재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량 대부분이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생산을 충당하는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의 감축 노력도 중요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재생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 생산라인을 계속 증설하고 있어 전력 사용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핵심 반도체 사업장이 자리 잡은 한국은 재생에너지 공급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아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삼성전자가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을 다 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목표를 훨씬 더 강화해야 한다”며 “정부는 재생에너지 목표를 확대하고 재생에너지 전환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윤석열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해 원자력발전 비중은 큰 폭으로 늘리는 반면 신재생에너지는 대폭 축소하겠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RE100을 총괄하는 샘키민스 클라이밋그룹 대표도 우리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비중 축소에 실망하며 수조 달러의 투자를 놓칠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도 “삼성전자가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로부터 직접 재생에너지를 구입할 수 있는 PPA 제도가 법적으론 마련돼 있지만 전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며 “국가 차원에서 서둘러 재생에너지 생태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에너지 구매자로서의 기업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동종 업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재생에너지 확대에 나서겠다고도 했다. 이때문에 일각에서는 재생에너지 사용량이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전자가 재생에너지 발전에 직접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15일 ‘新환경경영전략’을 발표했다. 사진은 평택사업장 내부에 조성된 연못 모습. (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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