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니냐 장기화…세계 식량 시장에 또다른 악재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라니냐 현상의 장기화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또 다른 악재로 부각되면서 세계 식량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사진=AFP)

라니냐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수온이 평년보다 차가워지는 현상이다. 비가 많은 곳에서는 큰 홍수를, 건조한 곳에서는 가뭄을 유발한다.

라니냐 현상은 지난해 가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초 올 봄에는 서서히 약해지다가 사라질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올 여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라니냐 현상으로 인해 미국 중서부에서는 장마와 홍수가, 서부와 남부 지역에선 가뭄이 발생하며 옥수수 등 곡물 작황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심겨진 옥수수는 72% 수준으로 최근 5년 평균 79%를 밑돌았다. 장마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 중서부 일리노이주의 한 농부는 “작년엔 3월부터 옥수수를 심기 시작했는데, 올해는 5월이 됐는데도 10%밖에 심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세계 2위 밀 수출국인 인도에선 폭염이 발생해 재배 및 수확에 타격을 입혔다. 이 때문에 인도는 지난 13일 밀 수출을 금지했다. 세계 최대 대두 생산국인 브라질에서도 가뭄을 촉발했다. 밀과 옥수수는 러시아의 흑해 봉쇄로 수출길이 막힌 우크라이나의 주요 수출 곡물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세계 식량 시장에선 곡물 가격이 치솟고 있다. 미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옥수수 선물은 24일 1부셸당 7.71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 해 말 대비 30.1% 폭등한 가격이다. 같은 기간 대두 선물 가격도 27.4% 급등했다.

밀 선물 가격은 4월 말 대비 10.6% 상승했다. 세계 밀 공급량의 12%를 담당하는 우크라이나발(發) 식량 공급 불안에 이어 기후위기까지 겹치면서 2022~2023년 전 세계 밀 재고가 6년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미 농무부는 전망했다.

그린카운티의 오모토 나오유키 대표는 “1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라니냐 현상의 장기화가 곡물뿐 아니라 거의 모든 식품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