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지난 22일 노사정대표자회의·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불참선언을 한 데 이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한국노총 소속 최저임금위원회(최저임금위) 위원들이 사퇴키로 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비상중앙집행위원회(중집위)를 열고 총파업 등 총력투쟁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통해 “국회 환노위가 오늘 날치기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저임금 노동자를 헬 조선 지옥문으로 내모는 법안으로 규정한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도 “최저임금제도에 대한 사형선고이며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정책에 대한 폐기 선언”이라며 “국회 환노위는 표결을 강행했다. 오랜 관행으로 정착된 합의제 의회민주주의마저 파괴하는 폭거를 자행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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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환노위를 통과함에 따라 향후 노·정 갈등이 최악으로 치달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노총은 지난 22일 국회 환노위 고용노동소위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움직임을 보이자 사회적 대화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0년만에 재개한 사회적대화가 100여일만에 파국으로 치닫게 된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날 민주노총은 총파업투쟁을, 한국노총은 최저임금위 탈퇴의사를 각각 밝혀 향후 노·정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중집위 논의를 거쳐야하지만 현재 분위기상 총파업 결의가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1대 최저임금위원의 근로자위원 가운데 한국노총 소속은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김현중 한국철도·사회산업노조 위원장, 김만재 금속노조연맹위원장 등 4명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환노위의 결정은 노동자의 호주머니를 털어 재벌 대기업에게 가져다줘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이어 최저임금위원회까지 파행 운영 가능성이 커지면서 법정시한(6월 28일)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2019년 최저임금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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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저임금 노동자 소득 향상을 꾀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날 국회 환노위를 통과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월 1회 이상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은 2019년 기준으로 최저임금액의 월 100분의 25에 해당하는 부분(2018년 최저임금 기준으로 월 상여금 중 약 39만원)을 제외한 나머지를 최저임금에 산입한다. 단계적으로 산입범위를 늘려 2024년에는 전액이 산입된다.
식대, 숙박비, 교통비 등 생활보조 또는 복리후생비도 2019년도 기준으로 최저임금액의 월 100분의 7에 해당하는 부분(2018년 최저임금 기준으로 11만원)을 제외한 나머지가 전부 최저임금에 산입되고 2024년에는 전액이 산입 된다.
민주노총은 “상당수 저임금 노동자가 식대, 숙박비, 교통비를 지급받는 현실에서 이 부분은 개악법안 중에서도 가장 심각하고 치명적인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국노총도 “환노위 통과안대로 하면 기본급으로 올해 최저임금 월 157만원에다 상여금 없이 식대 11만원 교통비 10만원 등 월 178만원(연 2136만원)을 받는 저임금노동자는 내년(2019년)도 최저임금이 월 10만원가량 올라도 복리후생비중 7%를 초과하는 10만원이 최저임금에 산입돼 최저임금인상 혜택을 전혀 볼 수 없는 개악 중 개악”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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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은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근로기준법의 대원칙인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원칙도 훼손했다”고 밝혔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취업규칙을 변경하려면 과반수 노조 내지 노동자 과반수의 ‘집단적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격월이나 분기별로 지급하는 상여금을 매월 지급하는 것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려면 과반수 노조 내지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아닌 단순히 ‘의견’만 듣도록 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쉬운 해고’와 ‘저성과자 해고’를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 아니라며 노동개악을 추진한 박근혜 전 대통령도 하지 못한 것을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이 자행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경영자들은 소위 상여금 쪼개기를 언제든지 할 수 있다”며 “근로기준법과 배치되는 이 조항으로 온갖 불·편법이 난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