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일주일 장애아 살해한 30대 부부…첫 재판서 '범행 인정'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태어난 지 일주일 된 장애아를 산부인과 의사와 공모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 부모가 첫 공판에서 범행을 인정했다.

14일 청주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오상용)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A(36·여)씨 부부는 변호인을 통해 “해서는 안 될 극단적 선택을 했고,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고 살인 혐의를 인정했다.

변호인은 “다만 A씨 가족이 선천성 장애를 갖고 살아와 그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됐다”며 “이런 부분들을 참작해달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사진=뉴시스)

이들 부부는 지난해 10월10일 충북 청주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태어난 지 일주일 된 영아를 침대에 엎어놔 질식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사건 전날 밤 조리원 같은 방에서 아이와 함께 잠을 잔 부부는 “일어나보니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아이는 침대에 엎드린 채 숨져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부는 경찰 조사에서 “베개를 고여 놓고 아이를 비스듬하게 눕히긴 했으나 엎어 놓지 않았다”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은 아이가 한쪽 팔에 장애가 있는 점, 홀로 자세를 바꿀 수 없는 점 등에 주목해 타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했다.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이들 부부가 아이를 살해하기 위해 산부인과 의사인 60대 C씨와 공모한 정황을 파악했다.

산후조리원 내 폐쇄회로(CC)TV가 없는 장소를 알려주는 등 범행을 공모한 혐의(살인)로 C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영장을 기각했다.

C씨는 “출산 전 장애아라는 사실을 왜 알지 못했느냐”며 A씨 부부의 항의를 수차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C씨는 공모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 부부의 다음 재판은 3월4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