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판타지 뮤지컬·배송업 경험 녹인 무용…새해 여는 '창작산실'

김현식 기자I 2024.12.26 16:40:16

창작산실 올해의신작 1차 개막작 6편
동시대성에 강조한 작품 잇달아 공연

[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2025년 공연계를 수놓을 ‘17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이하 ‘창작산실’) 1차 개막작들이 관객 맞이 준비를 마쳤다. 여성국극, 창작 뮤지컬, 연극, 무용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관객의 발걸음을 기다린다.

연극 ‘기존의 인형들 : 인형의 텍스트’ 시연
연극 ‘기존의 인형들 : 인형의 텍스트’ 시연
‘창작산실’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제작부터 유통까지 단계별 지원을 통해 우수 신작 발굴을 돕는 공연예술 지원사업이다. 올해는 31편의 신작 공연이 ‘창작산실’을 통해 무대에 오른다.

예술위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1층 씨어터 광장에서 ‘창작산실’ 1차 개막 작품 기자간담회를 진행해 내년 1월에 공연하는 신작들을 소개했다.

내년 1월에 공연하는 작품은 △‘무명호걸’(창작 뮤지컬)△‘당신을 배송합니다’(무용) △‘오셀로의 재심’(창작 뮤지컬) △‘기존의 인형들 : 인형의 텍스트’(연극) △‘벼개가 된 사나히’(연극/여성국극) △‘목련풍선’(연극) 등 6편이다.

‘무명호걸’이 1월 3일부터 12일까지 인터파크 서경스퀘어 스콘 2관에서 가장 먼저 공연한다. 조선을 구하려는 무명 호걸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무협 판타지극이다. 일본의 조선 정벌 2번대 대장 가토 기요마사가 21일 만에 한양성에 도달한 사건, 충주성에서 조선 최고의 장군으로 평가받던 신립 장군의 군대가 패배한 사건 등을 작품에 녹였다.

이 작품은 1월 공연 이후 CKL스테이지로 장소를 옮겨 2월 4일부터 19일까지 추가 공연을 진행한다. 이규린 주다컬쳐 대표는 “팩션을 가미해 무명 영웅들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조선을 지켜내는 이야기를 구성했다”며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삶도 충분히 의미와 가치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왼쪽부터 이규린 주다컬쳐 대표, 백주희 안무가, 박새봄 작가, 이지형 퍼펫 디자이너, 여성국극제작소 박수빈 대표, 배해률 작가
1월 8일부터 26일까지 대학로 SA홀에서는 ‘오셀로의 재심’ 공연이 열린다. 셰익스피어의 동명 고전 희곡을 재해석한 작품으로 데스데모나를 죽인 오셀로가 신화 속 복수의 여신들이 주관하는 특별 법정에서 재심을 받는 독창적인 설정을 가미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박새봄 작가는 “문화와 표현의 차이 때문에 진입장벽이 있는 고전을 학생들과 20대들도 재미있게 접할 수 있도록 법정 드라마 같은 이야기를 구성했다”며 “인간의 결함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현 시대를 살아가는 관객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월 4~5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당신을 배송합니다’는 새벽 배송 노동자로 일했던 안무가 백주희의 경험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배송 노동자가 ‘빠른 배송’을 위해 고군분투하며 치열한 하루를 살아가는 이야기를 펼쳐낸다.

백주희 안무가는 “경제난을 겪은 코로나19 때 배송 일을 하며 겪은 최악의 에피소드들을 해학적으로 풀어냈다”며 “치열한 삶을 보내는 노동자들이 어떤 대우를 받고 살아가는가에 대해 같이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1월 10일부터 19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펼쳐지는 ‘기존의 인형들 : 인형의 텍스트’는 퍼펫 디자이너인 인형작업자 이지형이 만든 목각 인형과 배우가 함께 꾸미는 이색적인 공연이다.

이지형 디자이너는 “기존 인형들에 반하는 작업을 하고자 했다. 분해조립이 가능한 다양한 형태의 인형이 무대에 오른다. 세 편의 독립된 단막극을 감각적으로 하나의 작품으로 연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성국극 ‘벼개가 된 사나히’는 1월 11일부터 19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남역 배우를 꿈꾸며 여성국극단에 입단한 소년의 여정을 통해 여성국극의 전통적인 성 역할에 대한 새로운 메시지를 던질 예정이다. 여성국극 1세대인 원로 배우 이미자를 비롯한 7명이 함께 무대에 올라 공연을 선보인다.

작품 출연 배우이자 여성국극제작소 대표인 박수빈은 “연극계 창작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연극적 요소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을 만들었다. 동성애, 젠더 폭력 등을 소재로 다뤄 동시대성을 강조하는 작업에도 주력했다”며 “기존 여성국극 틀에서 벗어난 작품을 보여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1월 18일부터 26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는 화학공장 인근 마을의 외딴집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펼치는 연극 ‘목련풍선’이 관객을 만난다.

배해률 작가는 “각자의 방식으로 누군가의 죽음을 애도하는 이들의 이야기”라며 “애도, 위로, 환대, 부조리한 죽음 등에 관한 이야기를 무대 위에서 관객과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창작산실 신작 총 31편은 내년 3월까지 차례로 공연한다. 공연별 자세한 내용은 공식 홈페이지와 SNS에서 확인할 수 있다. 티켓 예매는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홈페이지, 인터파크 등을 통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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