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만 해도 이달 만기 도래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단기사채·ABCP가 16조5000억원 규모에 이르러 단기자금시장의 ‘차환 리스크’가 높았다. 하지만 시장 긴장감을 낮춰주는 소식들이 연이어 나왔고, 정부 지원책에 힘입어 크레딧 스프레드도 하락해 ‘최악의 상황’을 넘긴 분위기다.
◇ 자금조달 고비 넘겼다…채권 신용스프레드 일제히 하락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회사채 및 단기자금시장은 크레딧 스프레드가 하락해 자금경색이 다소 풀렸다.
레고랜드 ABCP 상환, 롯데건설 유동성 위기 해소,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 ABCP 차환 등 시장에 긍정적인 소식이 잇따라 나온데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시장 분위기 개선에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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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고채, 특수채, 은행채, 여전채, 회사채 등 각종 채권의 크레딧 스프레드(신용 스프레드)도 모두 전월대비 하락했다. 신용등급 AAA 회사채 1년물의 경우 지난 11일 기준 크레딧 스프레드가 83.1베이시스포인트(bp, 1bp=0.01%)로 전월대비 67.1bp 떨어졌다. 같은 등급 회사채 3년물은 크레딧 스프레드가 102.8bp로 전월대비 51.7bp 하락했다.
신용등급 AA+~AA- 회사채 1년물은 같은 날 크레딧 스프레드가 92.9~100.6bp로 전월대비 65.4~65.1bp 떨어졌다. 같은 등급 회사채 3년물, 5년물도 크레딧 스프레드가 전월대비 48bp 이상, 25bp 이상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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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3.5%로 0.25%포인트(p) 올렸다. 한은이 단기에 기준금리를 낮출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묻는 질문은 현재로선 의미가 없다”고 밝혀서다.
하지만 크레딧 스프레드가 떨어진 덕분에 업계에선 자금조달 부담이 한층 낮아졌다는 반응이다. 향후 기관 자금유입이 늘어나면 수급상황이 더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경영계획을 아직 확정하지 못해서 투자를 아직 못한 기관들도 있다”며 “구정 연휴가 지나면 시장에 들어오는 기관 자금이 크게 늘어나면서 채권 물량도 빠르게 소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기준금리 올랐지만 수급개선 기대감…정부 정책 ‘온기’도
자금조달시장에는 작년 말부터 지금까지 긍정적인 소식이 많았다. 앞서 강원도는 ‘레고랜드 발 금융위기 사태’를 촉발한 강원중도개발공사(GJC)의 보증채무 2050억원을 작년 12월 12일 전액 상환했다. 롯데건설은 최근 메리츠증권 주간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권을 매각해 1조5000억원을 확보하면서 유동성 위기를 불식시켰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오는 19일 만기가 다가오는 PF ABCP 7231억원의 차환 문제를 해결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정비사업자금대출보증으로 7500억원 규모 사업비를 국내 시중은행 5곳에서 대출받아서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시장상황 개선에 기여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일 금융감독원·정책금융기관 등과 금융시장 현황 점검회의를 개최한 후 현재 운영 중인 시장안정프로그램이 총 40조원 이상의 지원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부사항을 보면 △채권시장안정펀드 약 6조4000억원(9조원 추가 캐피탈콜 가능) △산업은행·기업은행의 회사채·CP 매입프로그램 약 7조6000억원 △신용보증기금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5조원 신규공급 △증권사·건설사 보증 PF ABCP 매입 프로그램으로 각 1조3000억원, 9000억원 △브릿지론→본PF 전환 지원 사업자보증 약 12조9000억원, PF ABCP→장기대출 전환 지원 사업자보증 신설이다.
물론 시장상황이 완전히 개선됐다고 단정짓기는 이르다. 올 초 만기도래하는 물량이 여전히 ‘조 단위’에 이르는 만큼 차환 리스크가 있어서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오는 2월과 3월에는 각각 약 10조원, 5조원의 PF ABCP 만기가 돌아온다. 1월 물량까지 합치면 올해 1분기 만기도래 규모만 약 32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정부 정책에 힘입어 ‘최악의 상황’은 넘겼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시장 위기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 만큼 부실문제가 크게 터질 것 같지는 않다”며 “정부가 시장에 너무 직접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부 있지만, 작년 시장이 워낙 어려웠던 만큼 이런 의견은 소수에 그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