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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이데일리 취재 결과 당정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도입 시 필요한 보험금 청구 중계 역할을 보험개발원이 하도록 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보험업계, 의료계가 꾸린 관련 태스크포스(TF)에서 이 안에 대한 합의를 이루면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인 여러 보험업법 개정안을 병합해 심리하는 절차를 거칠 전망이다.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여당은 이르면 다음달 임시 국회에서 입법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만큼 의료계가 이를 거부한다면 입법으로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환자(보험사 고객)의 병원 진료 서류를 보험사에 자동으로 제출되도록 하는 서비스다. 환자가 보험사에 서류를 직접 내지 않아도 되고 보험금을 빠짐없이 청구할 수 있는 등 소비자 편익을 위해 국민권익위원회가 2009년부터 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보험금 청구 중계기관을 놓고 의료계의 거센 반발로 도입은 번번이 무산됐다. 건강보험 지급 심사를 하는 심평원이 중계기관으로서 급여 항목에 이어 비급여 정보까지 집적할 경우 진료비 측정 권한이 심평원으로 넘어갈 것을 의료계는 우려하고 있다.
이에 보험금 청구 간소화와 유사한 서비스를 시행 중인 핀테크 회사에 중계 역할을 두도록 하는 목소리도 나왔으나 당정은 반대로 뜻을 모은 것으로 파악됐다. 여당 관계자는 “민감한 의료 정보를 민간 회사가 처리하도록 하는 것은 국민 정서상 맡지 않다”며 “국민 신뢰도 얻기 힘들다”고 했다. 당국 관계자도 “지금은 일부 핀테크 회사가 전자적 방식으로 관련 서비스를 일부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대행하고 있으나 비(非)공공기관인 민간 회사가 모든 의료정보를 집적하도록 하기엔 한계가 많을 것”이라고 했다.
의료계 반발을 잠재우는 동시에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당정이 보험개발원 카드를 꺼낸 것이다. 여기에 여당이 강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도입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여당 관계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 정책대안을 공모했던 ‘국민생각함’ 1호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였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의료계도 큰 그림에선 간소화 도입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다만 중계기관으로 보험개발원을 최종적으로 선정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적지 않아 보인다. 당장 골목의 병·의원까지 전산망을 새로 연결해야 하고, 보험개발원에 모든 의료 정보를 집적하도록 허용할 것이냐도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