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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로 커가겠다"…9년만에 韓복귀하는 드러머 이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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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미 기자I 2015.04.16 15:28:47

9일 인터뷰
이달 말 한국 복귀.."이제는 뮤지션으로 나만의 음악 추구"

[뉴욕= 이데일리 김혜미 특파원] 여섯 평 남짓한 작업실 겸 아파트에는 드럼과 키보드, 베이스기타 등 각종 악기들로 가득 들어차 있었다. 드럼을 설치하기 위해 침대는 이층으로 올렸다. 휴식 공간은 작은 테이블과 소파가 전부였다. 텔레비전도 얼마 전까지 한쪽 벽에 설치돼있었다고 했다. 작은 공간 속 모든 것들은 그저 음악 만을 위해 존재하는 듯 했다.

지난 9일(현지시간) 오후 뉴욕 맨해튼 이스트 할렘의 어느 작은 아파트에서 드러머 이상민(36) 씨를 만났다. 그는 이달 말 한국 복귀를 앞두고 25일로 예정된 마지막 콘서트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다소 지쳐보이는 얼굴에서, 13년 동안 뉴욕에서 보고 듣고 느꼈던 뮤지션으로서의 이상민을 조금이나마 보여주기 위한 고뇌가 고스란히 묻어났다.

“지난 2002년에 처음 뉴욕에 온 뒤 세계 최고 수준의 뮤지션들을 만나고 그들에게서 자극을 받고 느끼고 그저 드러머로서가 아니라 창작자로서 내 음악을 꿈꾸게 됐어요. 그러다 이곳에서 보고 듣고 자극받은 것들을 소화시킬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내 음악을 성장시키는 데 장소는 필요없다는 생각이 들어 복귀를 결정했죠.”

이씨가 처음 뉴욕에 올 때만 해도 그리 오래 머물 생각은 없었다. 고교 재학 시절인 17세 때부터 국내 클럽에서 드럼 연주를 시작했고, 또래들과 결성한 밴드로 시나위의 오프닝 공연을 맡는 등 이른 나이에 이미 명성을 얻은 터였다. 그저 뉴욕이 느끼고 싶었을 뿐 버클리 음대에 입학은 했지만 졸업할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막상 와보니 잠시 느끼고 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전세계 각국에서 내노라하는 수준의 뮤지션들이 모여든 곳이기에 그들과 함께 교류하면서 많은 자극을 받았고, 그들과 한 곳에 머물며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한국 뮤지션들이 느꼈듯 한계는 있었다. 한국인으로서의 정서가 깊게 배인 그가 서양인들에게 어필하기는 힘들었다. 힙합과 재즈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그들보다 더 표현을 잘 해낼 수는 없었고, 기술적인 면에서도 1세때부터 드럼을 쳤다는 현지 연주자들을 따라가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정통 재즈, 블루스, 이런 것들이 모두 그들 자신의 음악인데 뭣하러 동양사람의 연주를 듣겠어요. 한국인이 정통 재즈를 한다, 이런 말 자체가 말이 안되는 거예요. 스스로가 되게 바보같다고 생각될 때는 한국에 가고 싶기도 했었어요.”

야심차게 준비했던 공연이 완벽한 실패로 돌아가기도 하고, 그러고 나면 한동안은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에서 오는 답답함이나 어떤 커뮤니티에도 속해있지 않다는 외로움도 그를 힘들게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에서 쌓은 경험들은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찾는 데 도움이 됐고, 당당히 뉴욕의 현재 독립 뮤지션 세대를 구성하는 한 사람이 됐다.

드러머 이상민 씨(가운데)가 12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한 스튜디오에서 음악 관계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은 재즈 공연기획사 7000마일스의 이용준 대표, 오른쪽은 그래미 어워드 수상자인 프로듀서 프랜 캐스하트.


“이젠 새로운 음악은 없다고 생각해요. 팝음악 시대는 이미 지났고,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도 1990년대에 이미 시작됐고 지금은 인텔리전스 댄스 뮤직(IDM)까지 왔어요. 지금은 사람이 연주하지도 않는, 그런 시대예요. 이제는 기존의 존재하는 음악을 서로 뒤섞어서 또 다른 뭔가를 만들어내는 시대이고, K-팝 같은 경우에도 사실 외국에 이미 있는 음악을 한국식으로 귀엽고 이쁘게 변형시킨 거잖아요. 그것이 한국인들이 잘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만 9년 동안의 뉴욕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가면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묻자 그는 “어떤 연주든 많이 하고 싶다”고 답했다. 스스로 꿈꾸는 수준의 음악을 위해서는 연주자로서 자신의 실력을 좀더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뉴욕에 살면서도 일년에 서너차례 한국을 오가며 김동률, 박정현, 이소라, 박효신 등 한국 대표 뮤지션들의 수많은 앨범에 참여했지만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기본적인 음악적 필(feel)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라이브 EDM인 것 같다”는 답이 돌아온다. 이 씨는 이번 달 25일 뉴욕 맨해튼 그리니치 빌리지의 르 프와종 루즈에서 자신 만의 음악을 보여줄 계획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이제는 연주자로서의 기량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지 않고, 드러머가 아닌 뮤지션으로서 현 시대에 어울리는 EDM으로 풀어내고 싶다. 한국에 돌아가는 것은 결코 포기가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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