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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27일(현지시간) 중국 딥시크가 미국 빅테크보다 현저히 적은 비용으로 챗GPT 수준의 AI 모델을 개발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그 직후 개장한 미국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가 하루 만에 17% 폭락하는 등 AI 반도체주가 직격탄을 맞았다. 설 연휴 이후 열린 국내 증시 역시 그 후폭풍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딥시크의 경우 오픈AI의 챗GPT와 유사한 성능을 갖추면서도 저비용으로 개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다. 딥시크의 AI 모델 훈련에는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성능을 낮춰 출시한 H800 칩이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생성형 AI 모델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경우 고성능·고비용 전략을 강조해 왔는데, 더 낮은 비용으로 비슷하거나 더 높은 성능의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엔비디아의 독주 체제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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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AI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잠재적 HBM 수요와 고객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기회로 보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기존 AI 시장의 경우 투자 비용이 많이 들고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이었는데, 더 많은 업체들이 시장에 뛰어들어 AI 생태계 자체가 확장될 것”이라며 “H800도 HBM 제품이 쓰이는 만큼 HBM 등 고사양 메모리에 대한 수요는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이날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딥시크 여파에 대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두고 업계 동향을 살피고 있다”며 “시장의 장기적인 기회 요인과 단기적 위험 요인이 공존하는 만큼 급변하는 시장에 적기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딥시크의 성공으로 미국 정부가 대중(對中) 제재를 강화할 경우 부정적 영향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중국 전용 GPU 판매를 향후 모두 금지한다면 엔비디아뿐 아니라 한국 D램 업체에도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미국의 제재로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수출을 못하게 되는 어려움은 있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생태계 자체가 커지면서 중국뿐 아니라 다른 지역으로의 메모리 반도체 공급 확대로 충분히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저비용·고성능 AI 모델 개발이 우리 기업에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