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미국 건강보험업계 1위에 오를 대형회사 탄생을 예고했던 앤섬과 시그나의 합병이 결국 불발됐다. 연방법원이 두 회사가 합쳐질 경우 독점이 심화돼 건강보험 가입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합병에 제동을 걸었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워싱턴D.C 연방법원 에이미 버먼 잭슨 판사는 이날 두 회사의 합병에 대한 판결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고 이로 인해 480억달러에 이르는 거대 인수합병(M&A)이 물거품이 됐다. 잭슨 판사는 “합병이 이뤄질 경우 건강보험료가 더 올라가고 또다른 반경쟁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럴 경우 두 회사간 합병이 시장내 혁신을 저해하고 국가경제에도 전혀 보탬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지난달 앤섬은 법원 판결을 기다리면서 합병계약 만료일을 1월31일에서 4월30일로 3개월 연장한 만큼 법원측 판결에 대항해 항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그나는 계약을 무효화시키고 앤섬으로부터 18억달러의 위약금을 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법무부는 두 회사의 합병이 건강보험업계 경쟁을 저해한다며 반대해왔다. 법무부는 작년 11월 합병에 반대하는 소송을 이 법원에 제기했었다. 두 회사는 지난 2015년 합병계약을 맺었다. 합병회사는 연 매출 1150억달러(원화 약 135조원), 고객 5300만 명에 이르는 업계 1위의 공룡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지난해 양사가 서로 합의 위반을 이유로 상대방을 고소하는 상황에 이르면서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 법원은 같은 이유로 올초에도 건강보험회사인 애트나와 휴매나간 합병을 불허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미국 건보시장은 다시 여러 업체들이 경쟁하는 군웅할거 시대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