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진단은 경기 회복이라는 큰 틀은 유지했으나 세부적으로는 최근 6개월과 차이를 보인다. 정부는 지난 5월부터 수출 중심의 지속적인 경기 회복 흐름을 기반으로 내수도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진단을 이어왔으나, 이달은 부문별 평가를 하지 않았다. 특히 내수의 경우 ‘회복 조짐’이라는 표현을 반년 만에 제외했다. 그간 내수와 관련한 정부의 시각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부진 평가와 맞물려 외부 평가와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는 지난달 발표된 3분기(7~9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가 반영된 결과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3분기 GDP가 반등했으나 예상보단 강하지 않았다는 의미를 담아 경기회복세 앞에 ‘완만한’이라는 단어를 넣었다”며 “통상환경 변화 때문에 불확실성이 높아진 내용을 강조하는 의미를 더 추가했다”고 말했다.
주요 지표를 보면 3분기 GDP상 민간소비는 전기대비 0.5% 증가했다. 다만 9월 재화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는 내구재(6.3%) 증가에도 준내구재(-3.2%)와 비내구재(-2.5%)가 감소해 전월 대비 0.4% 줄었다. 정부는 10월 소매판매는 자동차 내수판매량 증가와 소비자 심리지수 상승이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거라 본 반면, 신용카드 승인액 증가율 하락은 부정적 요인으로 지적했다.
서비스 소비를 반영하는 서비스업 생산의 경우 9월 보건·사회복지(-1.9%)와 정보통신(-1.8%), 운수·창고(-1.3%) 등에서 하락해 0.7% 감소했다. 정부 전망에 따르면 10월 서비스업 생산의 상방 요인으로는 소상공인 체감경기지수 개선과 고속도로 통행량 증가, 하방 요인으로는 주식 거래대금 감소 등이 꼽혔다.
설비투자는 3분기 GDP 속보치에서도 전기대비 6.9% 증가하고 9월 산업활동동향에서도 8.4% 증가하는 등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건설 투자는 각각 2.8%, 0.1% 감소하면서 업황 부진이 지속적으로 지표에 드러나고 있는 상태다.
수출은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수출은 반도체·자동차 등에서 늘어 1년 전보다 4.6% 증가했다. 9월 광공업 생산은 광업 및 제조업, 전기·가스업에서 줄어 전월대비 0.2% 감소했는데, 제조업의 경우 재고/출하비율이 3.5% 하락하는 등 생산을 늘리는 대신 재고를 줄인 영향이 컸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최근 조정 국면을 맞은 고용 시장은 취업자 수 상승 폭이 둔화하는 추세다. 10월 취업자는 1년 전보다 8만 3000명 증가해 1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다만 고용률(63.3%)과 실업률(2.3%)은 종전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물가는 1%대를 유지하며 비교적 안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9월 1.6%로 떨어지며 2%를 하회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1.3%로 오름폭이 더 둔화했다. 국제유가 안정세와 기저효과로 석유류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가운데 과일을 중심으로 농축수산물 물가도 떨어진 덕분이다. 물가의 추세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지수들도 1%대에 머물렀다.
|
정부는 방산과 건설, 조선 등의 부문에 있어서는 기회 요인도 공존한다고 보고 금융·통상·산업 3대 분야 범정부 대응체계를 통해 확대된 불확실성을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유럽의 방위비 증액과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미국 선박 유지·보수·정비(MRO) 등에서는 기회 요인이 섞여 있다”며 “건설투자·소상공인 등 취약부문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한층 강화하는 한편, 우리 경제 지속가능성 강화를 위한 역동경제 로드맵 추진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