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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은 이날 가자지구 제2의 도시이자 남부 최대 도시인 칸 유니스로 진입했다. 전쟁 초반 가자 최대 도시인 북부 가자시티를 거의 점령한 후 남부에도 공세를 가하면서 전쟁 ‘두 번째 단계’를 공식화한 것이다. “두 달간의 전쟁 중 가장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평가했다.
칸 유니스는 피란민 등 민간인이 많은 곳이라 위험부담이 크지만, 이를 포위하고 시가전에 나선 것은 하마스 지도부 궤멸을 위해서다. 이스라엘군은 기습 공격을 지휘한 하마스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가 남부 칸 유니스의 지하터널에 숨어 있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X에 올린 영상에서 “군이 신와르를 포위하고 있다”며 “도망칠 수 있지만, 우리가 그에게 도달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어 이스라엘군은 이날 가자지구 지하터널에 모인 하마스 고위지도자 11명 사진을 공개하고 이 가운데 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이 사살했다고 밝힌 사진 속 남성 2명은 지난 10월 7일 기습공격 당시 드론을 감독하는 등 가담한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쟁이 장기화하는 국면에서 양쪽 모두 극한의 상황으로 몰렸다. 이스라엘은 지난 두 달간 지상 공습을 1만회 이상 퍼부었고, 하마스가 만든 지하 터널 입구 800여개를 발견해 500여개를 제거했다. 그러나 하마스의 지하터널이 얼마나 더 있을지 알기 어렵고, 전쟁 전 3만명에 달했던 하마스 병력 대부분이 건재한 것으로 외신들은 보고 있다. 특히 하마스는 가자시티에 이어 칸 유니스마저 점령당하면 조직적 저항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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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피해는 고스란히 민간인 몫이다. 사실상 폐허가 된 가자에서 사망자는 1만6000명을 넘어섰고 전체 주거지의 절반이 넘는 5만2000채가 무너졌다. 유엔 추산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180만명이 피란민 신세가 됐다. 이미 남부에는 가자 전체 인구 약 220만명의 70%가량이 몰려 있는 과밀화된 상태에서 피란민까지 더해져 임계점을 넘어섰다. 또 이스라엘군 주장에 따르면 하마스 군사시설 상당수가 주택가나 병원 등 민간시설 아래 숨겨져 있다는 점에서 추가 민간인 피해 확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엔 등 국제구호단체들이 연일 참담한 가자의 현실을 전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사안의 심각성에 따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전날 ‘유엔 헌장 99조’를 발동했다. 이 조항이 명시적으로 발동된 것은 1971년 인도와 파키스탄 간 분쟁 이후 처음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의 글로벌 위협에 대해 공식 경고하며 휴전을 촉구하도록 압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일시 휴전이 재개될 희망이 보이지 않은 점은 상황을 더욱 암울하게 만든다. 카타르와 이집트 등 중재를 맡은 국가에서 협상 재개를 추진한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하마스가 이스라엘 기습 공격 당시 무자비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까지 불거져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다.
두 달을 넘어선 이·팔 전쟁은 중대국면으로 진입한 가운데 미국은 내년 1월까지는 지금의 고강도 지상전이 이어지고 이후 저강도, 국지전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