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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 전쟁 두 달…짧은 평화 후 더 참혹해진 가자지구

이소현 기자I 2023.12.07 16:15:15

10월7일 하마스 기습 후 두 달…중대국면 진입
한숨 돌렸던 7일간 일시휴전도 잠시 연장 불발
이스라엘 남부 시가전 개시…"지도부 5명 사살"
민간인 피해 급증…국제사회 중재도 역부족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시작된 이·팔 전쟁이 7일(현지시간) 두 달을 넘어가게 됐다. 일시 휴전으로 7일간의 짧은 평화도 잠시, 후속 인질 협상이 불발되면서 재개된 전쟁의 양상은 시가전으로 더욱 거세진 모습이다. 민간인에 대한 피해가 커지자 국제 사회는 휴전을 촉구하지만, 양측은 보복에 보복을 가하며 전쟁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6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이 있은 후 사람들이 연기가 자욱한 건물 잔해 속에서 전화기 불 빛을 이용해 희생자를 찾고 있다.(사진=AFP)


이스라엘군은 이날 가자지구 제2의 도시이자 남부 최대 도시인 칸 유니스로 진입했다. 전쟁 초반 가자 최대 도시인 북부 가자시티를 거의 점령한 후 남부에도 공세를 가하면서 전쟁 ‘두 번째 단계’를 공식화한 것이다. “두 달간의 전쟁 중 가장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평가했다.

칸 유니스는 피란민 등 민간인이 많은 곳이라 위험부담이 크지만, 이를 포위하고 시가전에 나선 것은 하마스 지도부 궤멸을 위해서다. 이스라엘군은 기습 공격을 지휘한 하마스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가 남부 칸 유니스의 지하터널에 숨어 있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X에 올린 영상에서 “군이 신와르를 포위하고 있다”며 “도망칠 수 있지만, 우리가 그에게 도달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어 이스라엘군은 이날 가자지구 지하터널에 모인 하마스 고위지도자 11명 사진을 공개하고 이 가운데 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이 사살했다고 밝힌 사진 속 남성 2명은 지난 10월 7일 기습공격 당시 드론을 감독하는 등 가담한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쟁이 장기화하는 국면에서 양쪽 모두 극한의 상황으로 몰렸다. 이스라엘은 지난 두 달간 지상 공습을 1만회 이상 퍼부었고, 하마스가 만든 지하 터널 입구 800여개를 발견해 500여개를 제거했다. 그러나 하마스의 지하터널이 얼마나 더 있을지 알기 어렵고, 전쟁 전 3만명에 달했던 하마스 병력 대부분이 건재한 것으로 외신들은 보고 있다. 특히 하마스는 가자시티에 이어 칸 유니스마저 점령당하면 조직적 저항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6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의 칸 유니스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간의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스라엘의 공습 후 피해 현장에 있다.(사진=로이터)


전쟁의 피해는 고스란히 민간인 몫이다. 사실상 폐허가 된 가자에서 사망자는 1만6000명을 넘어섰고 전체 주거지의 절반이 넘는 5만2000채가 무너졌다. 유엔 추산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180만명이 피란민 신세가 됐다. 이미 남부에는 가자 전체 인구 약 220만명의 70%가량이 몰려 있는 과밀화된 상태에서 피란민까지 더해져 임계점을 넘어섰다. 또 이스라엘군 주장에 따르면 하마스 군사시설 상당수가 주택가나 병원 등 민간시설 아래 숨겨져 있다는 점에서 추가 민간인 피해 확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엔 등 국제구호단체들이 연일 참담한 가자의 현실을 전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사안의 심각성에 따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전날 ‘유엔 헌장 99조’를 발동했다. 이 조항이 명시적으로 발동된 것은 1971년 인도와 파키스탄 간 분쟁 이후 처음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의 글로벌 위협에 대해 공식 경고하며 휴전을 촉구하도록 압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일시 휴전이 재개될 희망이 보이지 않은 점은 상황을 더욱 암울하게 만든다. 카타르와 이집트 등 중재를 맡은 국가에서 협상 재개를 추진한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하마스가 이스라엘 기습 공격 당시 무자비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까지 불거져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다.

두 달을 넘어선 이·팔 전쟁은 중대국면으로 진입한 가운데 미국은 내년 1월까지는 지금의 고강도 지상전이 이어지고 이후 저강도, 국지전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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