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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들은 헌화를 시작하자마자 목놓아 통곡하기 시작했다. 일부 유가족은 직접 자녀의 영정사진을 안치하면서 주저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울음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자녀의 영정사진을 가슴에 끌어안고 지켜보기만 하며 마음으로 오열하는 유가족도 있었다. 헌화를 마치고 나오며 다리에 힘이 풀리는 등 잠시 정신을 잃은 안타까운 모습도 보였다.
고(故) 이지한 배우 어머니 조미은씨는 아들의 영정사진을 취재진에 보이며 “우리 아들이에요. 나라가 죽인 아들이에요”라며 “지한이를 잊지 말아주세요. 이 젊은 아이의 죽음을 잊지 말아주세요. 부탁합니다”라고 통곡하며 울부짖었다. 헌화를 시작한 유가족들은 한동안 분향소를 떠나지 못한 채 영정사진 앞에서 시간을 보냈다.
고 이씨의 아버지 이종철씨는 “이제서야 우리 아이들이 여러분을 만나게 됐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희 아이들 이름과 영정이 국민들께 공개되는 것이 패륜이 아니다”라며 “이제 여러분이 우리 아이 이름 하나하나를 부르면서 잘 가라고, 수고했다고, 우리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아이들에게 꼭 추모 부탁 드린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가족 A씨는 “나는 오늘 이태원이란 곳을 오십 평생 처음 와봤다. 해밀톤 호텔이란 건물을 보고 도저히 내 머리로 이해할 수 없었다. 어른 발걸음으로 몇 걸음 되지 않는 곳에서 어떻게 많은 아이들이 죽었는지 상상이 안 된다”며 “6시30분에 시민 목소리 귀 기울였다면 참사 일어나지 않았다. 용산구청, 경찰서, 행정안전부, 서울시는 158명의 눈동자를 똑바로 보라”고 말했다.
이날 설치된 시민분향소는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유족의 동의를 받아 마련한 추모공간이다. 갑자기 몰아닥친 한파와 신자유연대의 집회 등으로 제단설치 작업과 자리확보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면서 시민분향소는 설치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시민분향소는 당초 예고했던 오전 11시보다 5시간가량 늦춰져 설치를 완료했으며 시민들도 조문할 수 있다.
협의회는 과거 정부의 합동분향소가 유족의 동의 없이 설치된 점을 비판했다. 단체는 “(정부의 합동분향소엔) 사태 축소와 책임 회피의 의도가 뻔히 보이는 ‘사고 사망자’ 현수막을 걸어 유가족의 찢긴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작금의 현실 앞에 이제부터라도 희생자들의 영정과 위패를 모시고 추모와 애도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한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이날 오전부터 분향소를 찾아 위가족을 위로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어머니 B씨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 아침 일찍부터 나왔다”며 “매일 엄마 먼저 생각하던 착한 딸이었는데 이제 누굴 믿고 살아야 하나요. 제발 도와주세요”라고 의원을 향해 흐느꼈다.
협의회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역 없는 국정조사와 대통령의 공식적 사과를 촉구한 바 있다. 협의회는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 △부검 시 마약 검사를 권유하게 된 경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112 신고체계 △정부가 유가족끼리 연락하지 못하도록 했는지 여부 등도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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