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엑스포 내 스타트업 전시관인 ‘유레카 파크’(Eureka Park)에서 만난 임준호 펫나우 대표는 거침이 없었다. 이번 CES 2022에서 비문(코무늬) 등록을 통한 반려견 신원확인 서비스를 선보인 펫나우는 국내 스타트업 가운데 유일하게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CES를 주관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매년 행사를 앞두고 주는 ‘혁신상’ 중에서도 가장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제품이나 기술에만 주어진다. 그만큼 임 대표로선 자신감에 차 있을 수밖에 없었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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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나우가 고안한 서비스의 원리는 간단하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반려견의 코에 대면 인공지능(AI)이 작동해 비문 사진을 선명하게 찍어 서버로 전송한다. 유기 동물 등 신원 확인이 필요한 경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서버에 저장된 비문 사진과 대조하면 된다.
동물등록제로 그간 동물의 몸에 내장칩을 삽입하는 데 따른 거부감을 해결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임 대표가 해당 서비스 개발에 뛰어든 건 약 4년 전이다. 이제 막 휴대폰을 통한 안면인식 AI 기술이 상용화할 때였다. 임 대표는 “오래전부터 반려동물의 신원확인에 대한 수요는 있었다”며 “유기 동물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던 찰나에 안면인식 AI 기술이 상용화하면서 강아지에게도 이러한 기술을 적용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쉬운 길은 아니었다. 당시는 여러 업체가 너도나도 이 서비스 개발에 출사표를 던지던 때였다. 기술 허들을 넘지 못하고 중도 포기한 업체들이 즐비했다. 무엇보다 강아지의 비문을 확인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임 대표는 “사람은 사진을 찍을 때 포즈를 취할 줄 알지만 강아지는 쉴 새 없이 움직인다”며 “비문이 선명하게 찍혀야 하는데 움직임 때문에 제대로 찍히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AI 학습 데이터를 모으는 것도 어려웠다. AI가 강아지 코가 선명하게 찍힌 사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해야 하는 데 그러한 사진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일일이 유기동물 보호소와 강아지 미용학원 등을 다니며 사진을 직접 찍었던 이유다. 임 대표는 “사람은 10억 장의 데이터가 있으나 강아지는 그렇지 않았다”며 “처음엔 2000장으로 시작해 2만장까지 모으는 데 반년 가까이 걸렸다”고 했다.
◇끊임없는 노력의 산물…그러자 삼성이 손을 내밀었다
수년간의 노력 끝에 펫나우는 결국 AI를 통해 선명하게 사진을 찍는 기술을 개발했다. 펫나우는 총 3개의 AI가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첫 AI가 먼저 반려견을 찾고, 다른 AI는 반려견의 코를 찾아 오토포커싱으로 선명하게 찍도록 한다. 마지막 AI는 한 번 더 해당 사진의 인식률을 판단해 서버 전송 여부를 결정한다. 임 대표는 “3개의 AI가 작동해 한 번 촬영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0.08초에 불과하다”며 “등록이 빨라 반려인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펫나우의 인식률은 98.97%. 지난해 3월 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SCI)급 저널인 ‘IEEE’에 게재됐으며 관련 특허도 다수 출원했다.
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인식률을 사람 수준인 99.9% 수준까지 높이겠다는 게 임 대표의 목표다. 그는 “인식률의 경우 0.1% 올리는 것도 어렵다”며 “많은 분들이 저희 앱에 사진을 등록하면 데이터를 학습해 인식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력을 갖추자 희소식도 들려왔다. 2020년 11월 삼성의 외부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C랩 아웃사이드’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사업 지원금, 디지털 마케팅, 재무 컨설팅 등 맞춤형 지원을 제공 받아 더욱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이번 CES 2022 전시도 삼성전자(005930)의 지원이 있었다고 했다.
◇보험사와 사업 모델 구상…반려묘 서비스도 선보일 것
펫나우는 이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사업 모델을 구상 중이다. 보험사가 펫나우를 활용토록 하는 동물보험 대중화가 대표적이다. 이미 다수 보험사와 만나 논의를 하고 있다고 한다. 임 대표는 “우리나라의 동물보험 가입률은 1%도 안 되지만 외국은 최고 20~30%에 달한다”며 “펫나우를 통한 신원확인이 쉬워지면 결국 보험료가 떨어지면서 보험사와 반려인 모두에게 좋을 것”이라고 했다.
더 나아가 반려동물 테마파크 등 반려동물 관련 서비스에 필요한 인증 서비스, 각국 정부의 동물등록제 수단 채택 등도 노리고 있는 분야다.
이번 CES를 통해서도 많은 관람객과 투자자들에게 관심을 받았다. 올여름엔 반려묘 신원확인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임 대표는 “전 세계 반려동물은 10억 마리이며, 이 가운데 2억 마리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은 어마어마한 시장”이라며 “동물의 신원만 확인되더라도 관련 시장이 많이 창출될 것으로 보고 올해 고양이 신원확인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것이 로드맵”이라고 포부를 전했다.